천천히 걸으며 제자백가를 만나다
채한수 지음 / 김영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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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채한수 선생님은 30년간 교사로 봉직하며 고전문학을 가르치신 분입니다. 그분의 제자들 중에 한순간의 실수로 인생의 방향성을 잃고 방황하는 모습을 본 뒤, 사직서를 제출하고 동양고전 연구에 매진하셨답니다. 동양고전의 지혜에 삶의 해답이 있음을 깨달으신 것이죠. 저자의 이런 이력을 읽고서 나는 이 책을 읽고 싶었습니다. 채 선생님을 통해 제자백가의 사상을 배우는 것은 큰 기쁨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무엇보다 쉽습니다. 오랜 교사 생활에서 체득한 가르침의 지혜이겠지요. 제자백가의 사상을 가르친 책들을 여러 권 읽어보았습니다. 심지어 만화로 된 책도 읽어보았지만 이 책처럼 쉽게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원문을 아주 쉽고 자유롭게 의역해놓았습니다. 번역만 쉬운 것이 아니라, 해설은 얼마나 자상한지,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마치 동양고전철학에 관해 과외수업을 받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저자는 장사의 <소요유> 편에 장자와 혜시가 큰 바가지에 대해 나눈 이야기와 가죽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엮어 재구성해서 실어 놓았습니다(p. 32~38). 해설에는 장자가 실용주의자 혜시를 등장시켜 인간의 편협함과 이기심을 비판했다고 설명해 놓았습니다. 또 장자가 가죽나무를 통해 세속을 뛰어 넘는 순진무구한 절대 자유를 향유하는 공간을 창조해냈다고 말합니다(p. 39). 이것이 바로 장자가 추구한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이군요!

 

저자는 참 친절하십니다. 장자, 열자, 한비자, 공자, 맹자 등 유명한 현인들과 <전국책>, <여시춘추> 같은 책들을 다룰 때, 먼저 인물의 생애와 사상을 간략히 설명하고 그들이 지은 책의 성격도 기록해 놓았습니다. 이런 간략한 오리엔테이션은 방대한 제자백가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나는 ‘들어가는 글’을 읽으면서 이참에 중국의 역사를 역대 왕조를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래야 춘추 전국시대에 꽃핀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역사적 의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지금 이 시대도 사상적으로는 춘추전국시대 못지않게 혼란스럽습니다. 따라서 난세에 흥기한 자유사상가들의 가르침에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은퇴 후 독서에 열중하며 미지의 세계를 탐색하는 가슴 설레는 기쁨을 맛본 선생님이 그 기쁨을 모두와 나누기 위해 쓴 이 책, <천천히 걸으며 제자백가를 만나다>는 나에게도 깨달음의 큰 기쁨을 주었습니다. 책 제목처럼 천천히 음미하며 현재 나의 삶과 연결해 생각하며 읽어야 할 책입니다. ‘제자백가’에 관한 책 중 이 책이야 말로 천하제일의 ‘화씨벽(和氏璧)’입니다. 오래 사랑하며 여러 번 읽을 책을 만났습니다. 나는 채한수 선생님을 개인적으로 전혀 모르지만, 글로나마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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