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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에 일어나는 흥미로운 일들
빌리엔 & 오르바르 뢰프그렌 지음, 신선해 옮김 / 지식너머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시간은 돈이다. 그러니 약속을 잘 지키고 다른 사람을 기다리게 하지 말라.’ ‘습관에 따라 일하지 말고, 창조적으로 일하라.’ ‘쓸데없는 공상을 하지 말고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하라.’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이런 소리를 수없이 듣습니다. 과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無爲)은 게으른 것이고 시간을 죽이는 일일까요? 여기 매우 흥미로운 책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소하고 하찮게 여기는 순간들에 이 사회를 지탱하는 힘과 개인의 삶을 의미있게 하는 놀라운 지혜가 담겨 있음을 이 책은 깊게 통찰하고 재미있게 알려 줍니다.
이 책은 소위 ‘비사건’(非事件)이라 할 수 있는 세 가지 것들을 연구하여 그 사회적 의미를 밝히고 있습니다. 기다림, 일상적 습관, 그리고 공상에 관한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연구하다보면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아주 사소해 보이는 행동들, 아예 인식되지 않거나 무시당하기 쉬운 행동들이 어쩌면 우리의 삶과 우리가 사는 사회에 더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비사건을 연구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요. 그런데 이 책은 그 어려운 작업을 훌륭하게 해내면서, 현대인들에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의 의미와 유용성을 잘 알려 줍니다.
사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기다림을 연습하고 배워야 합니다. 우리는 곳곳에서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교통신호등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병원이나 쇼핑몰 계산대 앞에서도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자동적으로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에 우리는 시공간을 초월한 다른 곳에 가 있기도 합니다. 때로는 기다리는 것이 사회적으로 낮은 계급을 의미할 수 있어, 하나의 치욕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주변 세상과 타인, 그리고 자신을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이렇게 기다림은 지루함의 원인이 되고 동시에 놀라운 통찰력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일상적 습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행동합니다. 습관은 우리 삶의 중추를 이루고 있지만, 그렇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는 습관이 중지되거나 변화할 때입니다. 사실 습관은 우리 삶의 올가미도 되지만, 버팀목도 되는 법입니다. 공상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쓸데없는 현실 도피적 상상만은 아닙니다. 공상은 현실과 대조를 이루는 창조적이고 의미심장한 세상으로 이뤄집니다.
그렇습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기다림은 시간낭비고, 습관은 비창조적인 행위이고, 공상은 쓸데없고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삶의 다양한 차원의 문제가 숨겨져 있습니다. 이런 무위 혹은 비사건들은 오히려 삶의 현실을 뒤엎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를 가능하게 하고, 개인의 삶을 의미있게 만드는 것의 근간에는 이런 창조적인 기다림과 습관과 공상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말 의미있는 주제를 훌륭하게 다룬 멋진 인문학 서적입니다. 사소한 일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순간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분주하고 바쁘게 그리고 효율적으로만 살 일이 아닙니다. 때로는 여유를 가지고 기다릴 줄도 알고, 때로는 무의식적인 습관의 소중함도 느끼며 행동하고, 때로는 창조적 공상도 필요합니다. 이 책을 읽으니 삶에 대한 통찰력이 생기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