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잡영 - 퇴계, 도산서당에서 시를 읊다
이황 지음, 이장우.장세후 옮김 / 연암서가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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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암서가에서 주자학의 대가 퇴계(退溪) 이황(李滉)이 도산서당(陶山書堂)에서 지은 시모음집 <도산잡영>을 내놓았습니다. 하드카버의 표지부터 맘에 쏙 듭니다. 책날개 표지에 있는 고풍스런 수묵화는 도산서당을 연상시키며, 하드카버에는 붉은 매화가 여백의 미를 살려 단순하지만 강렬하게 그려져 있어 선비의 기개와 올곧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내용을 펼쳐보니 한시(漢詩)를 한글로 직역해 놓았을 뿐 아니라, 친절한 풀이를 덧붙여 놓았습니다.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지 싶습니다. 덕분에 접하거나 읽기 어려운 대학자의 지혜와 풍류를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황의 시를 단순히 직역해 놓았다면, 이해하기 어려워 곧 흥미를 잃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상세한 풀이는 이황의 시들을 마음껏 느끼게 해 줍니다.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예를 들어 “마음 속 정성은 세 이로운 벗 바라고(中誠望三益)”(p. 28)를 이렇게 풀어 놓았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정성스레 「논어」에서 공자가 말씀하신 ‘곧은 이를 벗하고, 성실한 이를 벗하며, 견문이 많은 이를 벗하면 유익할 것이다’라 한 것에 부합하는 세 가지 이로운 벗들과 사귀기를 바라고”(p. 31). 또 “두 가지 좋아함의 오묘한 맛 어찌 알리오만(二樂安能知妙趣)”는 「논어」에서 말한 ‘어진 사람은 산을 즐기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즐긴다.’는 두 가지를 좋아함의 오묘한 맛이야 어지 알 수 있겠는가마는”이라고 자세히 풀어 놓았습니다. 덕분에 「논어」에 나오는 유명한 가르침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이렇게 읽으면 많은 공부도 되고 이황의 시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한시를 직접 소리 내어 읽으며, 그 운율을 느끼려고 해봅니다. 어려운 한자가 더러 있어도 각주에 자세히 설명해 놓아 불편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글 직역을 읽어 봅니다. 때로는 유교에 대한 지식이 미천하여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한글 직역을 읽은 후 해설을 읽으면 그 뜻이 분명해집니다. 예를 들어, “兩心同切辨熊魚”를 직역하면 “두 마음 함께 절실하여 곰(발바닥)과 물고기 변별하였다 하네”(p. 187)인데, 이것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번역자는 이렇게 풀이해 놓았습니다. “맹자께서 말씀하신 인간의 행위에서 비교적 덜 중요한 생(生)에 해당하는 물고기와, 더욱 절실한 의(義)에 해당하는 곰 발바닥을 변별하였었다고 하였다”(p. 189).

  이렇게 시 자체를 이해하고 느끼려고 하니, 한문 공부도 되고 조선시대의 대학자요 선비인 퇴계 이황의 정신과 일상의 삶, 그의 담백한 지혜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 내가 아끼는 도서 목록에 집어넣고 자주 꺼내 읽고 싶어집니다. 간만에 한시와 유교 경전의 유명한 가르침들을 제대로 공부하는 즐거움을 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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