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앨리스 먼로 지음, 서정은 옮김 / 뿔(웅진)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앨리스 먼로(Alice Munro)라는 작가의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그녀가 201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입니다. 그 생소한 작가에 대한 호기심으로 자료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앨리스 먼로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 출신으로 안톤 체호프와 비견될 정도로 단편소설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었습니다. 그는 탁월한 구성과 여성의 독특한 섬세함으로 짧은 이야기 안에 인간의 내면과 삶의 복잡한 무늬를 아름답게 그려내는 작가입니다. 단편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은 이미 2001년 작품이고, ‘뿔’ 출판사에서는 이 단편을 책 제목으로 한 모음집을 2007년에 초판으로 찍어 냈습니다. 그런데 나는 2013년에야 앨리스 먼로의 이름을 처음 들었으니, 문학을 좋아한다는 사람치고 부끄럽네요.

  어쨌든 이 책은 작가의 소설 아홉 개를 묶은 단편모음집입니다. 이 책을 한참 읽고 있는데, 아내가 말합니다. “와, 책 표지가 너무 마음에 드네. 세계적인 여성 작가의 책답네. 읽고 싶어지는데…” 나는 조금 잘난 체 하면서 말했습니다. “이 책 마지막에 있는 단편, <곰이 산을 넘어오다>는 ‘어웨이 프롬 허‘(Away from Her)’라는 영화의 원작소설이지. 나도 당신이 늙어 치매에 걸리면 이 소설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처럼 할 수 있을까?” 남자 주인공 그랜트는 치매에 걸린 부인 피오나를 요양원에 보내고 계속 아내를 찾아가 돌봅니다. 하지만 피오나는 남편도 알아보지 못하고 요양원의 다른 남자 오브리와 사랑에 빠지죠. 오브리가 떠난 뒤 깊은 우울증에 빠져 병세가 더 심각해진 아내를 위해, 그랜트는 오브리의 부인을 찾아갑니다. 오브리가 요양원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서죠. 영화를 보면서 그랜트의 이 놀라운 사랑의 행위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반면, 원작을 읽으면서는 그랜트의 내면의 갈등을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그랜트는 대학교수로서 여러 여인들과 몸을 나누기도 했지만, 44년간 아내 피오나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은 한 번도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오브리 부인이 전화로 은근한 유혹하고, 그 유혹 속에서 그랜트는 아내의 요양원을 찾아갑니다. 피오나는 거짓말처럼 남편을 알아봅니다. “그냥 가버린 줄 알았어요. 나 따윈 신경 쓰지 않고, 버려두고 간 줄 알았죠…” 그랜트는 아내의 머리에 얼굴을 기대고 마음으로 답합니다. “그런 적은 없어. 단 일분도”(p. 437). 그랜트의 마음의 대답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말해줍니다. 그런데 이 단편 제목이 왜 <곰이 산을 넘어오다>일까요? ‘곰’은 오랜 세월 함께 한 부부의 사랑이고, ‘산’은 사랑의 수많은 내면적 위기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추측해 봅니다.

  앨리스 먼로의 아홉 개의 단편 소설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진가를 잘 보여줍니다. 먼로의 단편들은 언제나 있을 법한 그러면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우리 삶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속고, 속이고, 미워하고, 사랑을 구하고, 사랑하고, 위로받고 … 우리는 그렇게 인생을 살아갑니다. 이 책을 통해 앨리스 먼로의 작품 세계에, 아니 인생의 바다에 깊게 빠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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