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와 율곡, 생각을 다투다
이광호 지음 / 홍익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 유명한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 이 두 분의 명성은 이미 알고 있으나 그들의 사상에 대해서 문외한인 나에게 책 제목 <퇴계와 율곡, 생각을 다투다>는 매우 흥미롭고 도전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어, 율곡은 퇴계의 제자이며 둘 다 위대한 성리학자 아니었나? 두 분이 생각을 다투었다니 무슨 의미일까?’ 이런 질문을 하며 책을 읽어 나갔습니다. 얼마 전에 율곡의 <격몽요결(擊蒙要訣)>을 읽은 터라, 성리학(性理學)에 대한 관심이 부쩍 생겼습니다. 퇴계의 <성학십도(聖學十道)>와 율곡의 <성학집요(聖學輯要)>에 따르면, 학문은 스스로 성인(聖人)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워 하늘과 땅의 이치를 깨닫고 인간답게 사는 것을 배우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분은 나이(35세 차이) 뿐 아니라 기질과 생각 그리고 지향점이 달랐습니다. 편역자인 이광호 교수는 ‘해제’(여는 글)에서 두 사람이 “같은 유학자이지만 유학에 대한 이해의 관점이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힙니다. 퇴계는 “궁극적 진리 곧 하늘을 향하고”(p. 12) 있었던 반면, 율곡은 ”땅에서 살아 움직이는 현실을 향하고 있었다“(p. 13)고 말합니다. 과연 퇴계와 율곡이 주고 받은 시와 편지, 그리고 이 분들과 관련된 문서들을 통해 이런 것들을 확인할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이 분들이 주고받은 시(詩)에서, 서로 생각이 달라도 자신을 겸손히 낮추고 상대를 배려하고 존경하는 옛 선비의 멋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 분 사이에 오간 편지의 내용은 차분히 읽어도 다 이해하기 어렵군요. 내가 유학 특히 성리학에 관해 오리엔테이션이 잘 되어 있지 않아서 그럴 것입니다. 편역자의 해설이 크게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유학(儒學)의 도는 지선(至善)이라 하는데, “지선에 대한 인식을 격물치지(格物致知), 곧 사물에 나아가 앎을 얻는 것”(p. 53)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친절하게 밝혀줍니다. 사실, 두 분의 차이는 이기론(理氣論)을 주축으로 하는 성리학의 본질에서 나온 것이 분명합니다. 관념론과 경험론, 유심론과 유물론의 대립처럼, 퇴계 이황으로 대표되는 이(理)를 중시하는 이상주의와 율곡 이이로 대표되는 기(氣)를 중시하는 현실주의가 대립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두 큰 봉우리가 함께 통합되고 어우러진다면, 성리학은 지금도 여전히 인간과 세상을 깊이 이해하는 길을 열어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책, 매우 단단하고 마음에 듭니다. 퇴계나 율곡의 시와 편지, 글들을 먼저 차분히 번역하고 자세한 각주와 해설로 이해를 돕습니다. 그리고는 원문(原文)인 한문 전문을 실었습니다. 편역자의 해설과 여러 글들로 이 책의 가치는 커졌습니다. 책표지도 멋집니다. 홍익출판사답습니다. 퇴계의 <성학십도(聖學十道)>와 율곡의 <성학집요(聖學輯要)>를 완독한 뒤, 다시 이 책을 꼼꼼히 읽어봐야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