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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스뮈스 - 광기에 맞선 인문주의자
요한 하위징아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13년 8월
평점 :
인문주의자 에라스뮈스! 그의 작품 하면, <우신 예찬(Moriae Encomium)>이 입에서 저절로 뛰어 나옵니다. 이렇게 유명한 천재 인문학자이지만, 나는 그의 삶과 사상에 대해서는 너무나 무지했습니다. 저 유명한 요한 하위징아의 <에라스뮈스> 평전이 나의 무지를 깨뜨려줄 것이라 기대하며 책을 열었습니다.
저자는 에라스뮈스의 출생과 어린 시절, 수도사가 되기로 서약했던 청소년 시절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묘사하면서 이 책을 풀어나갑니다. 나는 ‘제 9장,「우신예찬」’에 이르러 이 유명한 책의 내용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에라스뮈스는 스툴티티아(Stultitia, 어리석음의 신)가 연설하는 형식을 빌려 유익한 어리석음과 망상에 빠진 지혜를 대조합니다. 그는 매우 풍자적이고 대중적인 이 책을 통해 명성을 얻었지만, 당시 시대적 상황 탓에 자신의 최고의 책을 스스로 깎아 내렸다지요. 하지만 하위징아는 이 책에는 총명한 정신에 유머가 깃듦으로써 아주 심오한 정신의 광채를 발하고 있어서 에라스뮈스의 많은 책 중에서 오직 이 책만이 불후의 작품이 되었다고 평가합니다(pp. 174~175).
에라스뮈스의 사상과 그의 성품을 다룬 12~14장은 에라스뮈스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형식에 대한 혐오증을 가진 에라스뮈스는 당연히 스콜라 철학으로 대표되는 중세의 신학과 철학에 대해 비판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하위징아는 에라스뮈스 자신도 스콜라 철학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오만한 냉소주의로 비난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p. 217). 동시에 고전 사상과 기독교의 정신이 융합된 세계를 보았다는 사실에 에라스뮈스의 위대함이 있다는 사실도 분명히 밝힙니다. 산문과 별반 다르지 않은 시를 좋아하는 에라스뮈스는 문장을 쉽게 풀어 쓰는 일에 탁월했답니다. 가장 좋은 사례는 바로 그의 <라틴어역 성경>입니다. 그의 사상의 바탕에는 자유, 명석함, 순수함, 단순명료함에 대한 열망이 있습니다(p. 228). 그는 스스로 단순명료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그의 성품은 복잡다단합니다. 질병에 대한 공포가 있고, 싸움을 싫어했으며, 물고기에 대한 혐오증도 있고, 식사시간에 늦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은둔자의 심성을 가졌으며, 친구를 쉽게 의심했고, 자신을 불행하다고 생각했답니다. 이 장들에서 에라스뮈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는 너무 편견이 없고 극단적인 것을 싫어했으며, 너무 합리적이고 온건한 성격이여서 시대의 영웅이 될 수 없었던 사람입니다. 그는 새로운 것들을 이해하고 볼 수 있지만 낡은 것과 맞서 싸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는 못했습니다. 로마 카톨릭은 그를 교회를 부패시킨 자로, 프로테스탄트는 그를 복음의 파괴자로 보았지만, 어느 쪽도 그를 무시할 수는 없었습니다. 당시 여론은 에라스무시를 존경하고 숭배했기 때문입니다(p. 394).
이 책, <광기에 맞선 인문주의자, 에라스뮈스>는 매우 신중하고 균형 잡힌 관점을 가지고 에라스뮈스에게 접근합니다. 에라스뮈스의 책들을 직접 읽기 전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한 하위징아는 그의 이름에 걸맞게 매우 탁월한 인물평전을 썼습니다. 르네상스와 휴머니즘, 중세 스콜라 신학과 카톨릭, 종교개혁, 그리고 에라스뮈스의 책을 연구할 때 반드시 참고해야 할 매우 유익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