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의 이야기
헤르만 헤세 지음, 전혜린 옮김 / 북하우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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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데미안>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정신적 혼돈에 빠진 독일청년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지요. 학생시절 전혜린의 번역본으로 읽어보았었는데 무척 어렵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줄거리도 다 파악하지 못했고, “새는 알을 까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는 유명한 문장만 생각이 납니다. 장년이 되어서 다시 전혜린씨의 번역본을 접하니, 학생시절보다는 내용이 쉽게 들어오네요. 주인공 싱클레어는 크로머에게 도둑질에 관한 허풍을 떨었다가 그의 협박을 받습니다. 크로머는 악의 세계의 화신이라 할 수 있는데, 주인공은 아버지의 세계 즉 질서 잡힌 선의 세계에서만 살다, 악의 세계를 처음 접하게 되면서 깊은 두려움과 어둠을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 데미안을 만나 선과 악이 공존하는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됩니다. 그 후 싱클레어는 베아트리체를 동경하게 되고, 피스토리우스를 만나 아프락사스에 대해 배웁니다. 그는 자기 집의 대문에 새겨져 있는 새의 문양과 어머니, 미지의 여인에 관한 꿈을 계속 꿉니다.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 부인을 만나 사랑의 새로운 세계를 접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데미안과 함께 전쟁터에 부상을 당한 싱클레어는 어느새 자신의 모습이 데미안을 닮았음을 보게 됩니다.

  ‘훌륭한 작가는 설명하지 않는다. 단지 보여줄 뿐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을 통해 한 청년이 어떻게 다양한 세계를 접하며 자신만의 인생을 살게 되는지를 신비한 그림처럼 보여줍니다. 마치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기위해 알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합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자신만의 삶, 데미안으로 살아야 합니다. 나는 인생을 어느 정도 산 중년입니다만, 청년시절에 던져야 할 위험한 질문을 지금 다시 나에게 던져 봅니다. ‘나는 나의 존재의 밑바닥에서부터 나오는 대로 살아 보려고 했던가? 내 존재와 일치하는 삶, 두려움 없는 사랑의 삶을 살고 있는가?’

 

  마지막으로 밑줄을 그으며 읽었던 몇 몇 구절을 가슴에 담으며 적어봅니다.

  “만약 누군가를 두려워한다면, 그 사람에게 힘을 양도해 줬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긴 거야”(p. 52).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p. 121).

  “나는 내 내부로부터 스스로 쏟아져 나오려는 것만을 살아 보려고 한 것인데, 왜 그것은 그다지도 힘든 일이었을까?”(p. 127).

  “우리의 영혼 속에는 인간의 영혼이 한 번이라도 살았던 모든 것을 간직하고 있다. 여태까지 존재한 모든 신과 악마는 … 모두 우리 속에 함께 있고 가능성으로서, 소망으로서, 출구로서 존재할 것이다.”(p. 141).

  “내가 그에게 배운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으로의 길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일이다.”(p. 145).

  “사랑은 구걸해서는 안 되어요. … 또 요구해서도 안 되고. 사랑은 자기 내부 속에서 확실성에 도달할 힘을 가져야 해요. 그러면 사랑은 잡아당겨지지를 않고 잡아당기게 됩니다.”(p.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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