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종교를 위한 인문학
김경집 지음 / 시공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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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기독교(신구교 모두 포함)를 염려하는 저자가 인문학자의 눈으로 진지하게 성서를 해석하고 기독교의 본질을 말합니다. 먼저 그는 한국교회의 양극화, 미국으로부터 들어온 근본주의와 교주주의에 대한 집착, 지나치게 서구중심적인 성경해석과 성직자 중심의 교회의 모습을 비판합니다. 그러면서 기독교를 넘어 종교의 본질을 말합니다. 그에 따르면,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영혼의 울림”에 관련해 유리한 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종교는 자신의 영혼을 통해 삶을 반성하고 주체적이고 능동적이며 일관되게 보다 나은 가치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자유로운 힘”(p. 13)이라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신앙인은 경전을 밝은 눈으로 읽어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에게 “밝은 눈으로” 경전을 읽는 것은 인문학적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읽는 것입니다.

  1부에서 저자는 신약 성서를 통해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은 살펴보면서 가장 보편적이고 중요한 가치는 ‘사랑’이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그는 예수님의 탄생과 관련해 허물을 덮어줄 수 있는 용기를, 하나님 나라에 관련해 자신의 탐욕과 집착을 잘라내는 일을, 예수님의 치유 기적들에서 측은지심(惻隱之心)을 말합니다.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를 통해 개인영혼의 구원을 넘어 인간 구원, 사회구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이나 가나의 혼인잔치의 기적이 우리에게 말하는 가치는 사랑입니다. 작가는 인문학자답게 곳곳에 좋은 인문학자나 책들을 소개하거나 인용합니다. 교회내의 성불평등을 이야기하면서 거다 러너(Gerda Lerner)의 주장,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를 언급하고, 자캐오 이야기를 하면서 드레퓌스와 에밀 졸라의 이야기를 합니다. 예수님의 팔복 선언과 불교의 ‘팔정도’, 유교의 ‘<대학>의 팔조목’을 연결시킵니다. 그는 성경의 기적과 초월적인 사건들을 모두 도덕적 교훈으로 축소시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작가가 기독교의 초자연적 요소를 너무 제거하고 있다는 점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도 기독교의 본질을 모든 종교의 보편적 특성인 ‘사랑’으로 정리한 것에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2부에서 그는 한국교회가 어두운 시대에 사회적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교회에 열심히 나간다고 ‘하느님과 가까이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제사장만 있고 세례 요한과 같은 예언자가 없는 한국교회를 개탄합니다. 특히 기복신학, 번영신학, 권위주의, 변혁과 민주성을 상실한 신학이 한국교회로 하여금 사회문제에 눈을 감게 했다고 비판합니다. 그러면서 종교의 유무와 종파의 차이를 떠나 이제 궁극적인 질문에 정직히 직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성숙한 신앙이란 무엇일까요?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한번쯤 종교와 신앙의 본질에 관해 진지하게 자문자답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이 질문을 구체화하고 답을 찾도록 좋은 길잡이가 됩니다. 신앙과 삶에 관해 생각을 하게 하는 도전적인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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