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는 사람, 임동창 - 음악으로 놀고 흥으로 공부하다
임동창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5월
평점 :
피아노에 미쳐, 피아노 냄새까지 사랑하며 삶의 화두를 붙잡고 씨름한 천재음악가, 임동창. 그는 치열하게 음악을 공부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몰입(沒入)을 넘어 몰아(沒我)에 이르렀을 때, 삶의 화두가 풀렸고 풍류(風流)를 만났다고 주장합니다.
임동창은 참 독특한 사람입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피아노에 미쳐 학교도 그만둔 채 교회 옥상계단에 기거하면서 피아노 연습에 몰두한 것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는 악보를 온몸으로 외우고, 당연한 운지법을 의심하였습니다. 남 앞에서 연주할 때 긴장하고 어는 것은 당연한데, 그 당연한 사실을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후에 작곡에 마음이 빼앗겨 죽으라하고 작곡 기법을 배우다 참 자아를 찾기 위해 절로 출가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평범한 사람이 보기에 기괴하기까지 합니다. 절에서 ‘이 뭐꼬’라는 화두를 붙잡고 씨름하던 그는 군악대를 마치고 우여곡절 속에 울릉도에서 소위 ‘오브리빵’이라는 밤무대 2인조 밴드 연주도 했습니다. 서울 시립대 작곡과에 들어가서는 오로지 서양의 현대음악을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임동창은 서양 사람들이 “어떤 영혼으로 현대 예술을 창작하고 어떤 기술로 그 영혼을 표현하는가”(p. 137)를 이해하는 데 골몰했습니다. 지휘에도 관심을 가졌고, 한국의 전통 음악 연주도 하고 연극 음악까지 해봅니다. 자서전적인 이 책에서 임동창은 김덕수 사물놀이패, 장사익 선생과의 만남, 아내를 위해 이외수 선생의 시 “효재처럼”을 작곡한 일, 신불산 간월재 공연에서 신서처럼 놀던 이야기를 흥에 겨워 들려줍니다.
책을 읽고 인터넷에서 임동창의 블로그를 찾아 들어가 보았습니다. 그의 여러 공연 실황을 유투브(YouTube)로 보았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의 표현대로 자유의 음악, “허튼 가락”이었습니다. 악보와 박자에 구애됨 없이 자유롭게 즉흥 연주하는데 그렇게 멋스러울 수 없습니다. ‘풍류(風流)’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조금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삶의 과정에서 뭔가에 걸려 넘어집니다. 그 때 굳은 것을 푸는 것, 삶이 늘 쉼 없이 흐르게 하는 것, 이것이 풍류요 허튼 가락일 것입니다. 누구나 삶의 행복을 드러내며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임동창처럼 음악으로 표현되든, 그림으로 표현되든, 아니면 삶의 또 다른 모습으로 표현되든 상관없습니다. 이미 그것은 삶이며 예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