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
알렉상드르 졸리앙 지음, 성귀수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뇌성마비 철학자 알렉상드르 졸리앙은 고통스런 삶에 대해 깊은 철학적 성찰, 아니 불교적 성찰을 했습니다. 현재의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그냥 그대로 있는 것”은 자신을 지치게 하는 발버둥을 그치고,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것은 다른 말로, “내려놓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그는 집착을 버리고 관조적인 삶의 자세로 지금 이 순간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작가 졸리앙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붓다의 말씀이 담긴 책, 「금강경」(금강반야바라밀경) 제8장의 다음 구절입니다. “붓다는 붓다가 아니니, 바로 그래서 내가 이를 붓다라 이르니라.”(pp. 16~17). 저자는 많은 철학자를 인용하지만, 결국 불교적 가르침의 핵심인 집착을 버리고 좌선과 같은 명상을 통해 현재를 누리라는 가르침을 힘주어 말합니다.

  우리네 삶은 조건 없이 주어진 것입니다. 신의 무조건적인 사랑에 의한 것이죠. 그런데 파스칼의 말처럼, “‘양지바른 이 자리는 내가 임자야’라고 말하는 순간, 온 세상을 향한 침탈이 시작되는 것”입니다(p. 49). 즉 집착이 삶을 갈등과 고통으로 몰아넣습니다. 현재 그대로를 감사함으로 받으면 되는 것을! 저자는 불교의 “무소유(無所有)”를 ‘무언가를 얻고자하는 마음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합니다(p. 54). 그런데 이 글을 읽으면서 이런 질문이 들었습니다.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상태가 무소유인데, 무소유를 이루고자 하니 더 이상 무소유는 무소유가 아니지 않습니까? 갑자기 금강경이 떠오르네요. 아! 그래서 무소유가 무소유가 아니니, 무소유라 할 수 있겠네요.

  평범한 일상 속에 많은 고통과 난관이 있지만,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저자는 지관타좌(只管打坐)라는 수행법을 언급합니다(p. 116). ‘오로지 앉아 있음’ 즉, 좌선을 할 때 잡념 없이 집중하는 상태를 이루는 것입니다. 그것이 ‘내려놓는 삶의 태도’이며 동시에 ‘마음을 다잡는 자세’입니다. 언뜻 보기에 이 두 가지는 서로 모순되는 것 같은데, 실상은 잘 어울립니다. 결국 현재의 존재에 만족하는 삶이 이 책의 주제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마지막 장(pp. 163~170)에서 자신이 삶을 살아가는 지침 세 가지가 불교에서 나왔음을 밝힙니다. 첫째는 선불교의 육조 대사 혜능의 「육조단경」에 나오는 가르침입니다. 집착을 멈추고 머리에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들을 어린아이들이 노는 광경을 구경하듯 바라보라는 것입니다. 둘째는 「금강경의 가르침입니다. 삶을 그대로 놔두고 삶과 더불어 춤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운문 선승의 말씀입니다. “그대가 앉아 있을 땐 앉아 있어라. 그대가 서 있을 땐 서 있어라. 그대가 걸을 땐 걸어라. 무엇보다 서둘지 마라.” 즉, 지금 현재를 느끼고 누리라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삶의 지혜에 관한 서양 철학자들의 가르침과 불교의 가르침이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집착을 버리고, 지금 살아가는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누리라는 가르침을 붙잡아 봅니다. 삶에 대한 강한 긍정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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