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와 니체의 문장론 -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하여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읽기를 좋아하는 나는 글쓰기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글쓰기에 관해 책들을 여러 권 읽었는데,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문장론」이란 책 제목을 보는 순간 필이 꽂혀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쇼펜하우어는 ‘글쓰기와 문체’에 관해 말하기 전에 ‘스스로 생각하기’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는 많은 독서가 스스로 생각하고 독창적으로 생각하는 일을 방해할 수 있음을 매우 흥미롭게 설명했습니다. “용수철에 무거운 짐을 계속 놓아두면 탄력을 잃게 되듯이, 많은 독서는 정신의 탄력을 몽땅 앗아간다”(p. 25). “독서에서 얻은 남의 생각은 남이 먹다 남긴 음식이나 남이 입다가 버린 옷에 불과하다”(p. 26). 이 글을 읽으면서 뜨끔했습니다. 나는 책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읽기를 좋아합니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람들이 ‘읽지도 않는 책을 왜 가지고 다니냐’고 핀잔을 주면, ‘머리에 든 것이 없어서 불안해서 책을 가지고 있다’고 농담합니다. 나의 독서는 ‘다독’을 넘어 ‘남독’이라고 해야 할 듯합니다. 삼천권이 넘는 책들을 쌓아놓고 있죠. 이런 식의 독서가 오히려 치열하게 생각하는 일을 방해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오늘날 정보의 바다라고 할 수 있는 인터넷에서 이전에는 전문가들이 아니면 접근조차 할 수 없었던 내용들을 너무나 쉽게 얻을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독창적으로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수많은 정보들은 쓰레기에 불과합니다.

  쇼펜하우어가 세 부류의 저술가를 구별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사고를 하지 않고 글을 쓰는 자들, 글을 쓰면서 사고하는 사람들, 그리고 사고하고 나서 집필에 착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는 세 번째 부류의 사람들만 몰이사냥을 하듯 지혜롭게 글쓰기를 한다고 강조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좋은 글들을 쓸 수 있을까요? 글을 많이 써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치열하게 독창적으로 생각하는 것이고, 그래서 무언가 말할 게 분명히 있어야 간결한 문체와 구체적인 표현으로 제대로 글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표현이 모호하고 불명료한 문장은 언제 어디서나 정신적으로 매우 빈곤하다는 반증”(p. 83)이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소박한 글쓰기를 추구하되 소박한 글에는 상상력과 지적인 생동감이 넘치는 유모가 가득해야 합니다.

  니체도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사고를 더 잘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니체는 쇼펜하우어보다 다양한 문체에 훨씬 더 관심을 많이 가진 듯합니다. 니체는 자신의 생각을 아포리즘(aphorism)으로 표현하길 좋아했습니다. 짧은 문장에 재치와 지혜가 가득 담겨 있는 아포리즘은 작가의 독창적 사고를 잘 반영해주고 독자에게 많은 통찰력을 줍니다. 천재 사상가답게 니체의 아포리즘에는 삶의 통찰과 지혜가 가득 묻어 있습니다. “기억력이 좋아서 사상가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p. 172). “좋은 문체는 좋은 인간에서 나온다”(p. 184). “문필가가 되기를 부끄러워하는 자가 최고의 저자가 될 것이다”(p. 211).

  이 책은 글쓰기 교본은 아닙니다. 체계인 작문법이나 문장이론을 가르치지는 않지만, 제대로 글을 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깊게 다루고 있습니다.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의도대로, 이 책은 독자에게 ‘웃고 춤추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글을 쓸 때마다 들추어 보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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