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 드는 법 - 늘 청춘으로 산다는 것은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대니얼 클라인 지음, 김유신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참 재미있게 술술 읽혀지면서도 깊이가 있어서, 인생을 지혜롭고 행복하게 사는 법에 관해 매우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듭니다. 원제목은 <Travels with Epicurus>, <에피쿠로스와 함께 여행을>, 이 정도의 번역이 가능할 것입니다. 학생시절 에피쿠로스는 무신론적 쾌락주의자라고 분류하고 외웠습니다. 이러한 암기가 그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게 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대니얼 클라인이 밝혔듯, 에피쿠로스는 “인생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p. 22)라는 질문에 몰두했습니다. 즉, 가장 좋은 삶은 행복한 삶인데, 그렇다면 참된 행복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 행복은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또 우리는 왜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막고 있는지, 그는 생각하고 해답을 찾아간 철학자입니다.

  에피쿠로스는 진정한 행복은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있지 않고, 욕망을 해소시키는 데 있다고 본 것 같습니다. 저자는 에피쿠로스의 이런 가르침을 죽기 전에 이루어야 할 ‘버킷리스트’ 같은 것은 버리라는 현대적 용어로 설명합니다. 대니얼 클라인은 자신이 그리스에서 경험한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에피쿠로스의 철학을 재미있게 엮어냈습니다. 예를 들어, 그의 가족들이 기차를 타고 펠로폰네소스 반도를 일주했는데, 기차가 비효율적으로 운행되는 것을 그의 부인이 약간 조롱하는 듯 말했답니다. 그런데 자신들이 반대 방향으로 가는 기차를 탔음을 깨달았을 때, 그 비효율성 때문에 쉽게 기차를 바꿔 탈 수 있었다는 에피소드를 전합니다. 느림의 역설적인 효율성, 혹은 느림의 행복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자 대니엘 클라인은 늙어서 틀니를 꼈기 때문에 고기를 천천히 씹게 되었고, 그 결과 고기 한 조각 한 조각을 맛있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멋진 문장을 썼습니다. “느림이라는 소스를 고기에 얹은 것이다”(p. 75). 그는 대단한 작가입니다.

  저자는 임마누엘 칸트, 몽테뉴, 쇠렌 키르케고르, 후설, 버트런드 러셀, 장 폴 사르트르, 플라톤, 하이데거, 아리스토텔레스, 쇼펜하우어, 등 유명한 철학자들 뿐 아니라 프로이트 같은 정신의학자, 세익스피어 같은 예술가, 예이츠 같은 시인, 프랭크 시나트라와 존 레논 같은 가수, 심지어 선불교와 힌두교의 가르침까지 버무려 에피쿠로스의 철학은 쉽게 풀어갑니다. 일곱 챕터(chapter) 제목만으로도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명언들입니다. “즐겁게 살지 못하면 바르게도 살 수 없다.” “세월은 똑같은 속도로 흐르지 않는다.” “고독한 만큼 나에게 가까워진다.” “아름다움은 선택이다.” “살아있음이 곧 기적이다.” “능력 밖의 것들을 내려놓다.” “한 순간에 영원을 붙든다.” 이 모든 제목이 에피쿠로스 철학의 진수를 담고 있습니다. 인생을 놀이처럼 즐겁게! 인생의 각 단계마다 특히 노년의 시절은 다른 인생의 계절과는 바꾸고 싶지 않은 노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과 행복이 있습니다. 그래서 출판사에서 책 제목을 <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 드는 법>이라고 정했군요. 이 제목도 그럴듯하네요. 이 책을 통해,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일에 관한 사고(思考)의 지평이 넓혀졌습니다. 정말 유익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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