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가 모나리자를 그린다면? - 모나리자로 알아보는 서양 미술사 내인생의책 인문학 놀이터 1
표트르 바르소니 지음, 이수원 옮김, 이명옥 감수 / 내인생의책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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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너무 마음에 듭니다. 기발한 예술가적 발상으로 서양 미술사의 흐름을 단번에 꿰뚫게 합니다. 저자 표트르 바르소니는 건축가,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화가로 활동하며, 어린이를 위한 책을 썼다고 소개했네요. 그의 다채로운 경력 덕분에 이런 독특한 책이 나올 수 있었을 것입니다. 미술사의 큰 획을 그은 화가들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그렸다면 어떠했을까 상상해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화가가 아니면 불가능한 작업입니다. 그리고 화가의 얼굴을 그려놓고 아들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각 화가 작품의 특징을 설명합니다. 이것은 어린이를 위한 책을 써보지 않은 사람에게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발상입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사책이지만, 장년들에게도 크게 도움이 됩니다. 아들과의 대화 중 이런 표현이 나오네요. “모네는 자신의 눈으로 봤고, 반 고흐는 자신의 마음으로 봤다면, 세잔은 자신의 뇌로 본 거네요”(p. 17). 아들의 입을 통해 인상파 화가의 거장들의 차이를 명쾌하게 드러냈습니다. 제가 잘 접하지 못한 화가들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절대주의의 카지미르 말레비치, 파리학파 샤임 수틴, 추상 표현주의의 윌렘 드 쿠닝, 신사실주의의 자크 빌르글레, 미니멀리즘의 조셉 코수스. 등. 이 책은 각 미술사조가 어떻게 연결되고 발전했는지도 너무나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잔의 전시회를 보고 피카소와 브라크가 화폭에 모든 면을 다 보여주는 입체주의를 생각해 냈다는 설명입니다(p. 20). 또 “추상 표현주의와 팝 아트의 강렬한 색감과 복잡한 이미지에 대한 반발로 생겨난 것”이(p. 48) 미니멀리즘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나저나 이 책을 읽으면서 은근히 걱정이 되네요. 과연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저는 미술을 좋아하고, 많은 미술책을 섭렵(?)했지만,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배운 내용이 많습니다. 어린이들은 여기서 언급된 내용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울 듯 싶습니다. 제가 괜한 걱정을 하는 건가요? 제 딸 녀석이 그림을 꽤 잘 그립니다. 지금 미술학원을 다니며, 앞으로 미술을 전공하려고 합니다. 딸 녀석이 그림을 잘 그리는 기술만으로는 좋은 화가가 될 수 없음을 알고나 있을까요? 미술의 사조를 이해하고, 얼마나 많은 생각과 기발한 발상을 하며, 자신만의 독특성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화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관건입니다. 오늘 저녁 식탁에서 딸 녀석에게 미술이 무엇인지, 화가란 어떤 사람인지 물어보아야겠습니다. 이 책의 저자처럼 쉽게 가르쳐 줄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을 슬쩍 내밀어 볼 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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