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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철학할 시간 - 소크라테스와 철학 트레킹
한석환 지음 / 유리창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아주 오래 전에 문예 출판사에서 나온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플라톤의 사복음서라고 하는 <변명>, <크리톤>, <파이돈>, <향연>을 번역하여 묶은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약 60페이지 정도의 많지 않은 분량이었는데, 읽어내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페이지 여백에다 소크라테스 스스로가 변론하고 있는 자신의 죄명을 정리하여 적으면서 간신히 소크라테스의 논리를 따라 갔습니다. 무엇보다 죽음에 대한 그의 주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죽음은 두 가지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죽음이 허무한 상태로 전혀 감각을 갖지 못하는 것이라면, 죽음은 뛰어난 소득입니다. 어떤 사람이 꿈조차 꾸지 않는 숙면을 했다면 그것은 좋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는 죽음이 다른 곳으로의 여행이라면, 훌륭한 사람들을 만날 것이니 그 또한 좋은 것이죠. 소크라테스는 변론을 이렇게 마칩니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각기 자기의 길을 갑시다. 나는 죽기 위해서, 여러분은 살기 위해서. 어느 쪽이 더 좋은가 하는 것은 오직 신만이 알뿐입니다.”(「소크라테스의 변명」 플라톤, 문예출판사 刊, pp. 53~56). 스스로를 진리를 추구하는 사명을 가진 철학자로 생각하고, 신의 소명을 따르다가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은 소크라테스, 그의 사상 못지않게 그의 고결한 인격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한석환 교수가 「지금, 철학할 시간」(유리창 刊)이라는 책을 냈네요. ‘소크라테스와 철학 트레킹’이라는 부제목처럼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자유롭게 번역 해석하고, 그와 예수를 비교하며 철학함(doing philosophy)에 대해 말합니다. 한 교수가 머리말에서 말했듯, 이 책은 <소크라테스의 변론 2.0> 즉 <소크라테스의 변론>의 변주곡쯤 됩니다. 거기다가 <서주>는 <에우티프론>를, <옥중 이야기 1, 2>는 각각 <크리톤>, <파이돈>의 줄거리를 쉽게 풀어 썼습니다(p. 8). 이 책, 참 재미있습니다. 저처럼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직역한 책을 어렵게 읽어본 사람은 한 교수가 쓴 책이 얼마나 쉽고 재미있게 <소크라테스의 변론>과 그 외의 책들을 소개하고 있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철학함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배우게 될 것입니다. 철학은 진리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만이 철학을 하므로, 철학은 가장 인간적인 활동입니다. 결국 철학은 인간이 인간다워지는 법을 알려주는 것인가요? 델피의 신전에 써 있다는 글귀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에게 있어서는 자기 인식에 대한 개안(開眼)을 의미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의 나됨은 어떤 것인가?’를 계속 질문하야 합니다. 그 때 우리는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캐묻지 않는 삶은 가치가 없습니다. 한석환 교수는 소크라테스의 이런 주장을 재미있게 설명합니다. “캐묻지 않는 삶, 비판적 성찰이 없는 삶은 격화소양(隔靴搔癢), 즉 ‘신 신고 발바닥 긁는 것’과 같은 삶이다”(p. 146). 결국 철학은 자신이 영혼을 돌보고 연마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 너무나 좋습니다. 깊이를 잃지 않으면서도 쉽고 재미있습니다. 부록으로 본문에 등장하는 주요 개념과 고유명사를 부연 설명할 정도로 친절합니다. 머리말부터 마지막 부록까지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철학책을 이렇게 즐기며 읽을 수 있다니! 이제는 소크라테스 뿐 아니라 한석환 교수의 열렬한 팬이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