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수필 75 -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개정증보판 수능.논술.내신을 위한 필독서
피천득 외 지음, 박찬영 외 엮음 / 리베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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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 장르 중 수필만큼 문학의 문외한들이 쉽게 접할 수 있고 쉽게 감흥을 얻을 수 있는 글은 없습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삶의 모든 영역을 다루는 글쓰기이기 때문입니다. 쉽게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쓰는 이의 개성과 글 쓸 때의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의 수필들이 써지기 때문입니다. 수필은 그야말로 ‘붓 가는 대로’ 쓰는 것입니다. 하지만 수필 쓰기가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자연스러운 글일수록 쓰는 이의 가치관과 철학이 배어 있고, 붓 가는 대로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글쓰기의 내공이 필요할까요? 그러기에 좋은 작가들의 수필을 읽는 것은 많은 유익을 줍니다. 문제는 좋은 수필들을 어떻게 찾아 읽느냐하는 것입니다.

  여기, ‘리베르’에서 출판한 <한국 대표 수필 75>는 좋은 글들을 읽기 원하는 학생들과 일반인들에게 훌륭한 안내 역할을 해 냅니다. 작품선정과 편집이 아주 뛰어납니다. 하나의 수필을 소개하기 전, ‘작가와 작품의 세계’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작품의 성격과 특징, 심지어 주제까지 집어줍니다. 게다가 ‘생각해 볼 문제’에서 던져진 질문들은 해당 수필을 읽고 난 후에 엮은이의 답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해 볼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pp.37~41)에서 “지란지교(芝蘭之交)”의 뜻을 친절하게 설명할 뿐 아니라, 친구 간의 우정을 나타내는 사자성어를 자그마치 여덟 가지를 소개합니다. 주제별로 작품을 소개해 놓은 것도 좋았습니다(pp. 6~12). 이 책은 꼭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관심 있는 주제를 찾아 읽어도 좋고,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찾아 읽어도 좋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잘 배열되어 있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혹은 문고판 수필 선집에서 접했던 유명한 작가의 글들을 다시 대하니, 무척 반갑고 감사하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나도향, 조지훈, 이광수, 최남선, 현진건, 한용운, 피천득, 양주동, 이효석, 신채호, 정약용, 이규보 등 등. 아, 유씨 부인의 ‘조침문’도 수록해 놓았네요. 고등학교 시절 ‘고문(古文)’ 교과서에 실려 있어, “유세차 모년 모월 …”하면서 외우느라 고생깨나 했었죠. 그래서 더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그것도 어려운 낱말에는 괄호 속에 자세히 해설해 놓아서 어휘력이 딸리는 사람들이 수필을 읽어 나가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이곳저곳 뒤적이며 읽다보니 어느새 75편의 수필을 거의 다 읽게 되었습니다.

  많은 글들이 가슴에 남아 있지만, 특히 피천득의 ‘인연’은 애틋한 사랑의 서정성이 느껴지며, ‘나의 사랑하는 생활’은 소박한 문장으로 일상의 소박한 것들을 사랑하는 작가의 깨끗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나의 생활을 구성하는 모든 작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한다. 고운 얼굴을 욕망 없이 바라다보며, 남의 공적을 부러움 없이 찬양하는 것을 좋아한다. … 나는 젊잖게 늙어 가고 싶다”(p. 100). 이 책에 담긴 수필을 읽으면서 생각이 깨끗해지고 마음이 정화되었다고 할까요. 정말 행복한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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