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리딩 - 깊이 읽기의 기술
퍼트리샤 마이어 스팩스 지음, 이영미 옮김 / 오브제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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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지금까지 ‘다시 읽기’(rereading)를 한 것은 어떤 책들인지 살펴보았습니다. 학생 시절 시험을 위해 교과서들을 다시 읽었고, 「데미안」, 「레미제라블」, 한 두 권의 시집을 다시 읽었습니다. 그 중 「레미제라블」은 학생 시절 문고판으로 읽고 얼마 전 무삭제판으로 읽은 것이니 엄밀히 ‘다시 읽기’라 할 수 없을 것이네요. 그리고 시험 준비를 위한 교과서 다시 읽기는 주도적인 독서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러고 보니 기독교 성서는 몇 번 다시 읽었습니다. 저는 왜 성서를 여러 번 읽었을까요? 그리고 성서를 다시 읽어서 얻은 유익은 무엇이었을까요? 교회에서 하나님의 말씀이니 영의 양식으로 자주 읽어야 한다고 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성경의 내용이 워낙 방대해서 여러 번 읽으면서 새로 발견한 내용들도 많았습니다. 또 ‘성서 다시 읽기’를 통해 마음의 평안 혹은 안정감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성서 다시 읽기’를 통해 제가 가장 크게 얻은 유익은 아마도 나의 인생관의 변화일 것입니다.

  「리리딩」의 저자 퍼트리샤 스팩스는 어린아이들이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어달라고 떼를 쓰는 것을 예로 들어 ‘다시 읽기’에 대한 재미있는 해석을 내 놓습니다. ‘다시 읽기’는 안전함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는 것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 읽음으로 정서적 안전감을 얻습니다. ‘다시 읽기’는 때로 잠을 부르거나 머리를 식히는 도구가 되기도 하죠. 다른 한편으로 ‘다시 읽기’는 놀라운 변화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실상 다시 읽기란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책은 그대로 있어도, 그 책을 읽는 독자는 변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안정과 변화 사이의 역동적 긴장이야말로 다시 읽기의 핵심”(p. 11)입니다.

  다산 정약용이 독서에 관해 한 말이 생각이 납니다.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책을 읽은 후의 나’는 다른 존재이어야 진짜 책읽기를 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읽기’는 ‘첫 읽기’가 줄 수 없는 그 무엇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p. 23). 저자는 어린이 책들, 제인 오스틴의 책들, 여러 시대의 책들을 다시 읽으면서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말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다시 읽는 것에 관해 많은 것들을 말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서 특히 ‘다시 읽기’가 지극히 인간적이며 동시에 위대한 행위임을 느꼈습니다. ‘다시 읽기’를 통해 작품을 좀 더 진지하게 대하게 되고, 그 작품들은 내 삶에 들어와 나를 변화시킬 것입니다. 때로는 ‘다시 읽기’를 통해 책에 실망하기도하고 자신에 대해 실망하기도 하겠지만 그 또한 자신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 생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결국 “책은 우리를 만들고, 우리는 책을 만든다”(p. 320)라는 저자의 마지막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저의 서재에 있는 책들을 휙 둘러봅니다. 어떤 책들을 다시 읽어 볼까요? 책꽂이에 조용히 꽂혀 있는 몇 몇 책들이 손짓합니다. ‘저요. 저요’ 조 녀석들 다시 만나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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