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게 나를 맡기다 - 영혼을 어루만지는 그림
함정임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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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그림을 보여주며 인생과 예술을 말하는 책들을 즐겨 읽습니다. 크리스토프 앙드레의 <행복을 주는 그림>, 이주은의 <그림에 마음을 놓다>, <당신도, 그림처럼>, 손철주의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 <옛 그림보면 옛 생각난다>, 등등. 이런 책들을 읽다보면, 미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뿐 아니라 삶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그림에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지요. 실제로 두통환자의 방에 맑은 공기가 가득 담긴 숲 그림을 걸어 놓거나, 열병환자에게 샘물 그림을 보여주면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여기, 또 한 권의 그림책을 대했습니다. 함정임의 <그림에게 나를 맡기다>입니다. 소설가가 그림을 매개로 삶을 이야기하며 우리의 영혼을 어루만져줍니다. 이 책은 그림에 관해 많은 정보를 주지는 않습니다. 사랑하는 조카가 결혼할 때, 작가는 프리드리히의 <범선 위에서>를 보여 주었답니다. 그림 속에는 한 쌍의 남녀가 갑판 위에 앉아 손을 잡고 한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들이 바라보는 곳은 높은 건물들이 있는 항구 같습니다. 작가는 조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항해는 곧 모험이다. 전부를 걸어야 하는 것이 모험의 세계란다. 너의 전부를 걸 만한 각오가 전제된 사랑만이 타인의 전부 또는 너의 것이 되는 것이다”(p. 54). 작가는 이 책에서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을 보여줍니다(p. 87). 흰 스카프로 얼굴을 가린 채 격렬히 키스하는 연인들에게 사랑은 무엇일까요? 호기심, 집착, 동정, 등등 수많은 단어가 떠오르네요. 함정임 작가는 이 그림에서 사랑은 영원하지 않으며 동시에 영원하다는 사실을 읽어 냅니다. 그리고 사랑이 영원하며 동시에 영원하지 않기에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p. 91).

  이런 식입니다. 함정임 작가는 때로 그림 옆에 시를 쓰기도 하고, 편지를 쓰기도 합니다. 작가는 자기 자신을 하나의 ‘작품’으로 자신의 삶을 하나의 ‘예술’로 볼 것을 제안했습니다(p. 39). 그리고 한편 한편의 그림에서 예술적 아름다움을 넘어 행복감을 느끼게 합니다. 복잡하고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각종 스트레스로 마음은 지치고 깊은 상처로 얼룩져 있습니다. 치유하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는데, 이 책은 우리의 지친 영혼을 부드럽게 만져줍니다. 저는 특히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가 마음에 듭니다. 이 작품은 렘브란트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예술가의 작품은 그의 삶과 무관하지 않을진대, 돌아온 탕자에서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영성가 헨리 나우엔은 이 그림에서 돌아온 아들의 어깨를 감싸주는 아버지의 오른손은 부드러운 어머니의 손임을 알려 주었습니다. 용서는 탕진한 아들의 삶을 다시 행복을 향해 출발하게 하지요. 함정임 작가가 이 그림을 한 해의 끝자락에 보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우리, 가끔은 그림에게 자신을 맡겨, 영혼의 치유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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