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에게 길을 묻다 - 인물로 읽는 주역
맹난자 지음 / 연암서가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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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 철학’에 관한 책들을 나름대로 많이 읽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공자(孔子)를 통해 바르고(正名) 어질게(仁) 사는 법을, 맹자(孟子)를 통해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배웠습니다. 묵자(墨子)를 통해서는 박애주의(博愛主義)를, 노자(老子)와 장자(莊子)를 통해서는 자연에 순응하면서 자유롭게 사는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주역>이라? 학생시절 새해가 되면 아버님이 <토정비결>(土亭秘訣)을 뒤적이며 한 해의 운수를 살펴보곤 하셨습니다. 저는 미래의 운명을 알 수 있다는 말이 미신처럼 느껴졌죠. <토정비결>은 <주역>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주역>에 대해 오해하고 점술서(占術書)라는 편견이 있어 별로 가까이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노자와 장자의 사상이 주역과 관련이 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공자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주역>에 대해서 들었지만, 이상하리만치 <주역>은 멀게 느껴졌습니다. 그런 저에게 이 책, <주역에게 길을 묻다>는 <주역>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복희씨(伏羲氏)가 우주 만물의 생서 이치를 깨달아 팔괘(八卦)를 그었고, 주나라 문왕이 ‘복희의 역(易)’을 64괘를 붙여 문자로 된 역(易)을 시작했고, 주공(周公)이 이것을 계승하여 각 괘의 효(384효)에 효사를 붙인 것이, 바로 <주역경문>(周易經文)입니다. 공자는 이런 <주역>책의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질 정도로 연구에 몰두해서, 위편삼절(韋編三絶)이라는 고사가 생겨났다죠. 공자만이 아니라, 노자, 시인 도연명,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공명의 이야기에서 <주역>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중국 뿐 아니라 조선의 토정 이지함, 퇴계 이황, 윤선도, 서양의 수학철학자 라이프니츠, 심리학자 카를 융, 노벨 문학상 수상자 헤르만 헤세, 등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주역을 깊이 연구했군요.

  도대체 <주역>에 어떤 매력이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도 파고들었던 것일까요?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해 대답합니다. 주역은 단순히 점치는 책이 아니라 상황의 논리라는 것입니다. 현재 내가 처한 자리는 어딘지 살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선택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결정하게 합니다. 동양의 사상가들이 <주역>에 매료되어 이것을 경전으로 인정한 것은 <주역>이 윤리적 지침과 행동 규범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한 때 수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라이프이츠의 이진법(二元算術)이 64괘와 어떻게 통하는지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역의 64괘는 최초의 기호논리학이며 부호과학이라는 점에서 동의합니다. <주역>은 매우 형이상학적이며 과학적인 우주관과 인생관을 가르쳐줍니다.

이 책은 철학자, 수학자, 소설가, 시인,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모든 자에게 사고의 지평을 넓혀줍니다. 책 읽는 내내 수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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