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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맞선 이성 - 지식인은 왜 이성이라는 무기로 싸우지 않는가
노엄 촘스키 & 장 브릭몽 지음, 강주헌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언어학자이며 철학자인 노엄 촘스키의 사상과 글들은 여러 사람을 통해 전해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영어선생님이 영문법을 가르치면서 촘스키를 여러 번 언급하셨습니다. 그 때, ‘놈 촌스키’라고 들어서, ‘촌스러운 놈’이라고 연상하며 이분의 이름을 외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는 탁월한 언어학자이지만, 그가 많이 인용되는 이유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접 참여하는 철학자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는 한국의 촛불 운동에 지지를 보내고, 한진중공업의 크레인 농성에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MIT 학생들의 강남스타일 유튜브에 등장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유명하한 분인데, 그의 책을 한 권도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접하는 책, 「권력에 맞선 이성」도 두 번의 서면 인터뷰를 요약한 대담집이라니,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이 책, 읽기를 잘했다 싶습니다.
이 책은 노엄 촘스키가 전 세계의 사회, 정치, 경제, 역사, 문화 등 다방면에 지대한 관심과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살짝 보여줍니다. 그리고 언어 논리 철학자답게 명쾌한 해석과 탁월한 통찰력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금융위기와 세계화’의 문제를 대담하면서, 정부가 금융기관의 이익을 해치지 않으려고 노심초사하는데, 이유는 정치지도자가 금융 산업의 막대한 지원으로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부자들과 권력자들은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에게는 ‘자유시장 자본주의’를 권장하지만, 자신들은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금융기관을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수조 달러를 투입하지만, 영양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겨우 10억 달러는 들였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2015년까지 극도의 빈곤을 없애려는 목표는 재원의 부족이 아니라, 관심 부족 때문에 달성되지 못할 것이라고 봅니다. ‘전쟁’의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미국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미국은 소위 ‘보호책임’ (responsibility to protect)이란 미명 아래 국제법을 무시하고 많은 나라의 내정에 간섭했습니다. 그는 지식인은 권력을 비판하고 자신의 이론에 따라 대안을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대담집의 타이틀을 「권력에 맞선 이성」이라고 붙인 것은 매우 적절합니다. 노엄 촘스키의 사상과 삶을 요약한 말이니까요.
이 책 2장에서 다룬 ‘인간의 본성’에 관한 담론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인간은 불합리한 믿음에 사로잡히는 경향이 있지만, 이성에 충실하기도 합니다. 우두머리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경향이 있지만, 때로 추종하기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억압을 내재화하기도 하지만, 저항하기도 합니다. 이기심도 많지만, 타인을 향안 연민과 타인의 행복에 관심을 갖기도 합니다. 따라서 촘스키는 낙관주의적 관점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조언합니다. 희망을 포기하면 최악의 결과를 자초하는 셈이니, 희망을 가지고 희망하는 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의 글들은 기득권자들과 권력자들에게 매우 비판적이지만, 인간 사회의 성숙과 행복을 희망하는 자들에게 매우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그의 책들이 얼마나 번역되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지식인의 책무」,「불량국가」,「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경제민주화를 말하다」,「세상의 권력을 말하다」,「점령하라 시위를 말하다」,「우리가 모르는 미국 그리고 세계」,「실패한 교육과 거짓말」등등. 너무 많네요. 관심 주제부터 시작해서 한 권씩 사서 읽으며 노엄 촌스키를 사숙(私淑)하겠다고 다짐합니다. 다 이 책 덕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