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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독서 전략 - 21세기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권영식 지음 / 글라이더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름대로 열심히 독서한다고 자부했는데, 다산의 생애, 특히 그의 독서와 저술을 확인하면서 처음에는 주눅이 들었습니다. 평생 500권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저서를 남긴 다산 정약용! 이것이 가능한 것은 아마도 18년의 긴 유배생활, 그 후 죽을 때까지 책읽기와 책쓰기에 전념한 덕일 것입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일상의 삶을 유지하면서 다산처럼 방대한 독서와 저술활동을 할 수 있을까요? 다산 선생처럼 유배를 가거나, 절이나 수도원에 가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그러나 다산 선생의 글을 읽으면서 독서에 대해 다시 큰 도전을 받았습니다. “진실로 능히 마음을 견고하게 세워 한결같이 앞을 향해 나아간다면 비록 태산이라도 옮길 수 있는 것이다.”(p. 50). 그렇습니다. 다산 선생의 독서와 삶을 들여다보면, 독서는 자신을 지키는 일이며, 수많은 현인들과 만나는 신나는 일이며, 세상을 살리고 바로 세우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다산의 서재인 ‘사의재(四宜齋)’는 ‘네 가지 마땅히 해야 할 방’이라는 뜻입니다. 즉, 생각은 마땅히 맑아야 하고, 외모는 마땅히 엄숙해야 하며, 말은 마땅히 과묵하고, 행동은 마땅히 중후해야 합니다. 그는 무엇보다도 독서를 통해 자신을 지키고, 백성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용적인 학문을 추구했습니다.
이 책, <21세기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다산의 독서전략>은 다산의 독서 전략을 세 가지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보여줍니다. 글을 아주 꼼꼼하고 자세하게 읽는 정독(精讀), 메모하며 읽는 질서(疾書), 책을 읽다 중요하다 싶으면 그대로 베껴 쓰는 초서(鈔書)입니다. 다산은 ‘정독(精讀)’을 위해 당시 독서의 일반적인 방식인 소리 내어 읽는 것 대신, 침묵하며 정신을 집중해서 책을 읽었다죠. ‘질서(疾書)’의 핵심은 질문하며 읽는 것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능동적으로 독서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그리고 독서하며 떠오르는 생각은 바람처럼 사라지기 쉽기 때문에 메모하는 것입니다. ‘초서(鈔書)’는 중요한 내용들을 발췌(拔萃)하는 것으로, 다산은 이 방법을 꾸준하게 사용했기 때문에 엄청난 자료를 모아 유용한 수많은 책들을 낼 수 있었습니다.
이 책 마지막 5부에서는 조선 후기의 학자들과 유명한 세계 명사들의 독서법을 소개하고, 저자 권영식 자신의 독서 전략을 정리해 놓았습니다. 앞에서 다산처럼 유배라도 가야지 제대로 독서하겠다 싶었는데, 그런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저자는 독서에 대해 자신이 깨달은 바를 이렇게 말합니다. “책을 읽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면 결코 책 읽는 시간은 만들어지지 않는 것을, 책을 읽고자 하는 마음이 생길 때 책 읽을 수 있는 시간도 따라서 생긴다는 것을, 무엇보다 책은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을.”(p. 266). 갑자기 제대로 독서하지 못한 것을 시대의 흐름으로 핑계 댔던 것이 부끄럽네요. ‘선비’ 혹은 ‘호모 리더스(homo-readers)로서 살기를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열렬히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