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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사람들 - 세계 최고의 독서가, 책 읽기의 즐거움을 말하다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주헌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알베르토 망구엘은 ‘진실의 견인’(pp. 41~54)이란 글에서 아르메니아인의 대량학살을 부인하는 터키 정부와 그것을 고발하는 흐란트 딘크가 살해당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안데르센의 <임금님의 새 옷>,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와 <거울 나라의 엘리스>를 넘나들고, 루이스 보르헤스의 글을 인용합니다. 그러면서 작가는 한 사회에서 잔혹한 행위를 하지 않도록, 아니 잔혹한 행위가 반복되더라도 몰라서 그랬다고 변명하지 않도록, ‘기억의 의무(duty of memory)’가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의 글과 단어는 정곡을 찌르면서도 현란하기 까지 합니다. 그는 어떤 사실이 나중에 진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어도 처음 입력된 정보의 힘이 워낙 커서 진실이 아닌 사실을 진실로 기억하는 것을 ‘기억의 견인(perseverance of memory)’이고 표현합니다. 그리고는 “역사는 진실의 어머니일 수도 있지만 사생아를 낳을 수도 있다”(p. 51)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기억의 견인’보다 더 강력한 견인은 ‘진실의 견인(perseverance of truth)’이라고 주장합니다. 쉽게 말해 진실은 밝혀지기 마련이라는 것이죠. 저자는 터키 정부가 잔혹행위를 은폐하려고 하는 반면 대다수의 독일인들은 자신들의 잔혹행위를 인정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일본이 우리나라, 중국, 동남아시아에서 저지른 만행을 부인하고 역사왜곡을 해서라도 은폐하려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래도 결국 진리가 승리한다는 저자의 말에 조금은 위안을 받으며 우리의 국가관, 인생관이 어떠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알베르토 망구엘이라는 작가, 사람들이 그를 ‘책의 세헤라자데’, 혹은 ‘독서계의 돈 후안’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책들을 제대로 읽어내야 망구엘과 같은 글들을 쓸 수 있는 것일까요? 그는 수많은 흥미로운 주제들을 수많은 책들을 언급하면서 독자를 그 주제에 푹 빠져들게 합니다. 진실의 문제를 다루면서, 철학자 플라톤의 글과 안데르센의 동화와 루이스 캐롤의 책을 연결시킬 수 있다니! 그는 체 게바라 이야기를 하면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시민 불복종>과 성경 마태복음10장 34, 35절을 연결해서 언급합니다. 망구엘이 「책읽는 사람들」에서 언급한 책들은 너무나 많아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제목들도 흥미롭습니다. ‘세이렌들은 어떤 노래를 불렀을까,’ ‘피노키오는 글 읽기를 어떻게 배웠을까,’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컴퓨터,’ 등등.
망구엘에게서 글을 쓰는 것과 글을 읽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배우고 도전받았습니다. 망구엘의 다른 책들을 찾아봅니다. <독서의 역사>, <밤의 도서관>, <독서일기>, <나의 그림읽기>, <보르헤스에게 가는 길> 등 주로 독서와 관련된 책들입니다. 그의 책들을 모조리 구입해서, 거기에 언급된 책들은 모조리 읽어 보고 싶은 충동이 듭니다. 그와 함께 독서의 세계로 풍덩 빠지고 싶습니다. 그는 ‘책의 세헤라자데, 독서계의 돈 후안’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