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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한입
데이비드 에드먼즈 & 나이절 워버턴 지음, 석기용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팟캐스트에서 유명한 철학자들에게 철학적 주제들에 관해 질문하고 대화한 것들을 글로 묶은 것입니다. 팟캐스트에서 철학적 주제를 다룬다는 것, 그것도 15~20분의 짧은 시간에 철학자적인 질문에 답한다는 것은 아무리 탁월한 철학자라 할지라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만큼 핵심을 꿰뚫을 수 있어야겠죠. 자칫 잘못하면 수박겉핥기식이 되기 쉬운데, 이 책은 제대로 ‘철학 한입’을 깨물어 맛보게 해 줍니다.
먼저 서론적 질문, <철학이란 무엇입니까?(What is Philosophy?)>에 대한 철학자들의 대답이 흥미롭군요. “조사해 보지 않은 채로는 그 어떤 상투적 의견이나 통용되는 지혜도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도나 디킨슨, p. 16). "철학은 우리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려는 시도“(레이 몽크, p. 18). ”철학은 지식을 사랑하는 한 방식“(로버트 롤랜드 스미스, p. 21). "철학은 아주 중요한 의문들을 아주 열심히 사유해서, 질문과 답변 모두가 분석적인 명료성을 띨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메릴린 애덤스, p. 22).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것“(돈 큐핏, p. 26). 가장 인상적인 대답은 ”그냥 웃어도 될까요? 철학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군요.“(제프 맥마한, p. 18)입니다. 정말 철학이 철저한 회의적 태도로 명료성을 띨 때까지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라면, 철학에 대한 정의도 비판적인 태도로 바라볼 때, ‘잘 모르겠군요’하고 웃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 책은 윤리학, 정치학, 형이상학, 미학, 그 외의 다양한 철학적 주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매우 깊이있는 대화가 이루어지면서도 대중들이 철학의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잘 만들어졌습니다. 그것은 두 명의 팟캐스트의 진행자가 철학의 전문성과 대중적 감각을 갖추고 있어서 매우 적절한 질문과 정리로 대담을 진행하고 정리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인생의 의미에 관한 담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존 코팅엄은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영성(靈性)의 ‘프락시스’(praxis), 즉 행위와 실천의 훈련과 전통에 참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인간은 본래 의존적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자신을 창조한 자가 아니라, 우리를 존재하게 만든 원인들에 의존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도 의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프리드리히 니체처럼 인간의 본성에 대해 오만하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주어진 우주,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닌 세계 속에서 가치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p. 304). 이런 점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 겸손히 우리의 의존성을 인정하고, 어거스틴이나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처럼 내면의 자아 속으로 들어가 자기 각성, 자기 인식을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이외에도 <웩>, <상대주의>, <마음과 육체의 관계>, <신에 관한 비실재론>, <악의 문제>, <무신론> 등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더 읽으면 좋을 책들>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삶의 다양한 문제에 의문을 가지고 철저히 탐구해 보기 원하는 모든 이에게 철학의 맛보기로 이 책을 권합니다. 정말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