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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스캔들 - 키스의 문화와 예술, 그 상상력 읽기
윤향기 지음 / 이담북스 / 2012년 8월
평점 :
‘키스’하면, 연인들의 달콤한 사랑의 키스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비단 저뿐일까요? 그런데 이 책 「키스 스캔들(Kiss Scandal)」을 읽으면 문학과 예술 작품 속에 키스가 이렇게 다양한 의미로 표현되고 있음을 발견하고 놀라게 됩니다. 이 책의 저자 윤향기 씨는 「한국여성시의 에로티시즘 연구」로 문학박사를 받으신 시인(詩人)이시군요. 저자는 시와 명화에 등장하는 키스를 통해 인간의 12가지 욕망의 본질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표지가 마음에 듭니다. 루즈 발린 빨간 여인의 입술 위에 ‘키스 스캔들’이라는 글자가 멋들어지게 쓰여 있습니다. ‘캔’자의 ‘ㄴ’은 여인의 코 같고 ‘들’자의 ‘ㄹ'은 여인의 머리카락처럼 보이네요.
이 책을 통해 에로티시즘을 표현한 예술 작품들 속에서 불온한 쾌락의 키스를 봅니다. 저 유명한 오귀스트 로댕의 <키스>보다 비운의 여인 카미유 클로델의 <사쿤탈라>가 더 애절하고 더 욕망적입니다. 파므파탈을 표현한 여러 화가들의 <살로메>도 매우 강렬합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처음 접하는 뤼시엥 레비 뒤르메르의 <살로메>는 의외네요. 다른 작품에서처럼 살로메의 잔혹한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잠든 연인에게 살짝 입 맞추는 모습이라서 세례 요한의 목이 잘렸다는 것조차 잊게 되는군요. 거짓말 같은 죽음의 키스를 묘사한 작품들, 수간(sodomy)을 묘사한 공포의 키스도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그래도 계속 사랑하게 되는 것은 부부 혹은 연인의 사랑스런 키스입니다. 저는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색채의 마술사, 마르크 샤갈의 <생일>, <한 여름밤의 꿈>, <여자 마곡사>, <파란색의 연인들>을 좋아합니다. 화가는 그림 못지 않게 소박한 사랑의 삶을 살았다고 하지요. 몽환적이며 따뜻하고 포근한 부부간의 사랑, <생일>이라는 작품에서 남자는 사랑하는 여인과 키스를 하면서 공중에 둥둥 떠 있습니다. 샤갈은 벨라를 얼마나 사랑한 것일까요? 벨라가 죽은 뒤 화가는 오랫동안 붓을 놓았고, 화폭에 담긴 색채도 달라졌다고 하지요.
오래전 저의 부부가 연애할 때가 생각납니다. 길을 가다 으슥한 길에서 저는 지금의 아내에게 느닷없이 키스를 했습니다. 아내는 그것을 조용히 받아주었고, 우리는 서로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크!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였나요? 세상에 수많은 키스 중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입 맞추는 키스보다 더 행복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이 책은 키스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오리진(origin)에 관한 심오한 철학까지 이야기하지만, 저는 여전히 연인간의 키스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수많은 키스에 관한 그림들에서 당신은 인간의 본성과 다양한 삶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그중 어떤 키스가 가장 마음에 와 닿습니까? 이 책, 명화와 시 속에 나타난 키스를 통해 인간의 다양한 본성을 찾아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