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클래식을 들을 시간 - 인간과 예술, 시대와 호흡한 음악 이야기
서영처 지음 / 이랑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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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토요일이면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읽거나 미술 책을 넘겨보기를 즐겨합니다. 오늘도 <러시아 로망스> ‘Waves of Amur River' 'I Loved You' 'I met you' 등을 듣고 있습니다. 니나 코건(Nina Cogan)의 피아노와 박경숙의 첼로 연주가 심금을 울립니다. 푸슈킨의 시를 읽으니 러시아의 서정성이 가슴 시리도록 전달됩니다.

 

서영처의 <지금은 클래식을 들을 시간>을 읽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저자는 음악으로 시작해서 그림과 문학을 넘나들며 삶을 이야기합니다. 저자의 인문학적 소양에 감탄하면서, 그가 소개하는 작품들(음악, 미술, 문학, 철학, 심지어 영화들)을 때론 인터넷으로 찾아보면서, 삶과 예술을 말하는 저자의 음악 이야기에 푹 빠져 들어갔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열심히 듣는 것이야 말로 사랑의 태도”라고 생각하며, 나는 저자의 강의실에 앉아 있듯 열심히 이 책을 ‘듣고’ 즐겼습니다.

 

이 책은 인생의 다양한 주제들(사랑, 눈물, 별, 시간, 불멸, 등)을 수많은 음악과 미술과 문학 작품으로 말합니다. 예를 들어, 사랑에 대해 말하면서 알퐁스 도데의 단편 <아를의 여인>과 빈센트 반 고흐의 <아를>, 그리고 비제의 <제1, 제2 모음곡>, <카르멘>을 연결합니다. 심지어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와 <카르멘>에서 표현된 사랑의 리얼리티를 언급합니다. 또 사랑이라는 주제 아래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를 소개합니다. 이 작품의 음악적인 설명은 생략한 채, 이 음악에 영향을 받은 톨스토이의 작품 <크로이처 소나타>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말합니다. 톨스토이는 베토벤의 작품에서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공격적인 이중주를 들으면서, 삶의 영원한 주제인 사랑과 질투, 배신과 죽음이라는 강렬한 모티프를 얻게 되었답니다.

 

책을 덮었는데도 많은 선율이 마음에 흐르고 그림과 시들의 잔상이 남습니다. 구수한 커피, 에디오피아 시다모(Sidamo)를 드립으로 한 잔 내려놓고, 바흐의 <커피 칸타타>를 들어 봅니다. ‘4장. 바야흐로 바흐를 들을 시간’의 내용들이 떠오르는군요. 바흐 음악의 특징인 독립적인 대위 선율처럼,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는 토마스와 사비나의 가벼운 사랑, 토마스와 데레사의 진실되고 힘겨운 사랑이 대위적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우리네 인생에는 이 두 사랑이 모두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일까요? 바흐의 삶은 어떤 사랑이 지배했을까요? 알버트 슈바이처가 바흐의 심오한 정신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슈바이처에게 순고한 신앙고백과 생명 경외의 사상이 그의 내면에 깊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우리네 삶과 예술을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에 흐르는 모차르트의 음악들을 따라, 삶의 행복과 그 행복 뒤에 있는 존재의 비극성까지도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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