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 인문을 묻다
송광택 지음 / 강같은평화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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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회는 반지성주의적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아마도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일 것입니다. 첫째, 기독교는 본래 계시의 종교입니다. 믿음의 삶은 인간의 철학이나 깨달음에 입각하여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시에 의지하여 순종하며 사는 것입니다.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말씀은 종종 인간의 이성적 사고와 논리를 뛰어 넘습니다. 둘째, 기독교는 믿음으로 구원받는 종교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 구원자로 믿고 순종합니다. 언뜻 보기에 믿음으로 사는 것은 인간의 이성에 입각해 사는 것과 반대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즉, 하나님처럼 창조적으로 생각하고, 진리를 탐구하는 존재로 만드셨습니다. 비록 인간이 타락해서 그 순수한 이성도 부패했지만, 그래도 하나님을 알만한 것이 인간 속에 있으며, 특히 구원받은 자들은 이성(理性)까지 새롭게 된 것이라고 믿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그리스도인들은 이성으로부터 도피하는 자들이 아니라, 이성을 사용해서도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고 하나님께 순종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 점에서 기독교의 진리를 진지하게 탐구하는 자들은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할 것을 요구받습니다. 저자 송광택 교수의 설명처럼, 인문학은 인간과 인간의 문화에 관심을 갖는 학문으로, 역사학, 철학, 문학, 예술 등을 통해 삶의 궁극적인 본질이나 보편적인 원리를 추구하는 학문입니다. 따라서 기독교적인 삶의 궁극적 본질과 의미를 추구하는 자는 자연스럽게 인문학에 관심을 갖기 마련입니다. 이 책의 제목이 흥미를 끕니다. 「예수께 인문을 묻다」! 부제목이 거창합니다. ‘기독교에 대한 궁금증 89문 80답, 인문학이 묻고 성경적 통섭이 답한다.’ 저는 특히 “성경을 문학적 텍스트로 본다면 어떠할까?”라는 질문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을 하나님의 계시로만 받아들여, 그것을 너무 경직되게 해석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성경은 또한 인류 문화유산의 하나로, 고전(古典) 문학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경의 이야기에는 삶의 기쁨과 슬픔, 고뇌와 환희가 가득 담겨있습니다. 성경을 문학적 텍스트로 읽을 때, 한 종교의 경전으로 읽을 때와는 다른 삶의 진리들과 거기에 담긴 하나님의 뜻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개인적으로, “인문 고전을 읽으면서 던져야 할 질문은 무엇인가? 왜 때때로 천천히 읽어야 하는가? 능동적으로 읽으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 철학은 기독교의 친구인가 적인가? 포스트모더니즘은 기독교의 아군인가, 적군인가? 어떻게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는가?” 등을 관심 있게 읽었습니다. 기대했던 것만큼 명쾌하거나 깊이가 있지는 않았습니다만, 저자의 말처럼 이런 글들을 징검다리 삼아 더 넓고 깊은 사유의 세계로, 인문학적 탐구의 마당으로 나아갈 수는 있을 것입니다. 크리스천 대학생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관심 있는 질문들에 나름대로 생각하고 답을 준비할 수 있는 좋은 기독교 인문교양 서적입니다. 이곳저곳 뒤적거리면서 이것저것을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깊이 생각해보는 좋은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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