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처럼 사는 - 스물아홉 김지희, 스물아홉 김지희
김지희 지음 / 공감의기쁨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그림처럼 사는」 작가, 스물아홉 김지희! 책 표지에, 자기 작품 하나 들고 서 있는 화가의 얼굴이 매우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눈이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만화 같은 얼굴에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전혀 화가 같은 느낌이 들지 않네요. 눈, 코, 입, 귀, 턱까지 어디 한 곳 나무랄 데 없는 밝고 예쁜 모습이지만, 왠지 다가가기 힘든 차가움과 고독이 느껴집니다. 이 책 군데군데 등장하는 김지희의 그림은 아티스트 자신의 모습과 중첩(重疊)되네요. <Sealed Smile> 작품들에 등장하는 얼굴, 치아교정용 보철을 하고 다양한 문양이 있는 동그란 큰 안경을 낀 얼굴은 웃고 있는 것인가요, 울기 일보직전의 모습인가요? 아니면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모습인가요? 도대체 김지희는 어떤 작가이기에 이런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나요? 이런 호기심에서 먼저 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 책을 손에 잡았습니다.

  예고시절, “지희는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국화가 부족해”라는 선생님의 말에 오기가 발동한 작가는 수백 장의 종이를 사들고 끼니를 거른 채 다음날 새벽까지 수천 송이의 국화를 그렇다지요. 이 이야기를 미술을 전공하려는 딸에 들려주었더니, 한 마디로 “미쳤군” 그러더군요. 딸 녀석의 말이 맞습니다. 김지희는 미술에 미쳤습니다. 스스로도 고백합니다. “열 번 다시 태어나도 예술가로 살고 싶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춘기 시절부터 ‘자신의 길’을 발견하고 그 길을 걸어갑니다. “내 삶 최고의 순간은 언제나 내일이 되어야 한다.”(p. 47). 홀로 화가의 길 출발선에 있을 때,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의 내용을 가슴에 새겼다지요. “당신의 내면으로 파고들어가 당신의 삶의 샘물이 솟아나는 그 깊은 곳을 살펴보라는 것입니다. … 답이 나오면 더 이상 그것을 캐묻지 말고 거기서 들려오는 대로 그대로 받아들이십시오. …”(pp. 116~117).

  아직 작가로서는 어리다면 어린 나이인 스물아홉의 인생도 이렇게 치열했고 외로웠습니다. 그러면서도 삶의 길목마다 그녀에게는 적절한 기장과 희망을 선물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작가는 그들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고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러기에 그의 작품은 진정성이 있고,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앞으로 김지희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는데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아시아의 촉망받는 팝 아티스트, 이제는 반가움으로 그의 작품을 대할 수 있습니다. “미쳤군”이라고 말한 딸 녀석 책상에 이 책을 슬쩍 올려놓아두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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