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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전 -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소설이다
강제윤 지음, 박진강 그림 / 호미 / 2012년 5월
평점 :
어머니는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내 살아온 삶을 다 말하면, 소설 한권은 충분히 쓸게다.” 이 책 「어머니전」에 나오는 모든 어머니들은 소설 그 자체입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어머니는 일제강점기에 결혼하셔서 만주로 이주해 사셨답니다. 해방 후 우여곡절을 거쳐 남한으로 돌아오셨고, 아버지는 군에 복무하셨죠. 그런데 육이오 전쟁이 터져서, 어머니는 어린 두 딸을 데리고 군인가족이라 거제도로 피난을 나오실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자고 일어나니 어머니의 앞니 한 개가 어긋나 있더랍니다.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했는데, 어버지가 전투에서 부상을 당해 부산국군통합병원으로 이송되셨다는 통지를 받으셨던 거죠. 그렇게 두 딸을 데리고 병원생활 2년을 견디어내셨고, 서울로 올라오셔서 아버지와 함께 장사를 시작하셨습니다. 그 사이 자식은 6남매로 늘었고, 오직 자식들을 위해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와 참으로 열심히 사셨습니다. 자식들 다 출가시키고 막내 아들 마흔 다섯 살에 어머니는 몸져누우셨습니다. 무거운 것들을 너무 많이 짊어지셔서 척추뼈 몇 마디가 다 녹아내리신 것입니다. 침상에서 3년을 지내셨죠. 평생 누구의 신세도 지지 않으시려 하셨던 어머니로서는 자식의 수발을 받는 것조차 무척이나 힘들어 하셨습니다. “내가 왜 이 지경이 되었노” 하실 때는 자식들의 마음도 아팠습니다. 어머니! 살갑고 다정하지는 않으셨지만, 자식을 위해선 무엇이든지 감당하셨던 분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어머니들도 나의 어머니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 책의 저자 강제윤 작가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작가지만 민주화 운동으로 옥고를 치루고, 보길도 귀향시절에는 단식투쟁으로 숲과 하천의 파괴를 막아냈습니다. 그 후 여러 섬을 여행하면서 섬들의 모습을 기록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 작업의 결과가 이 책입니다. 우리네 어머니들과 만나 대화한 내용을 꾸밈없이 날 것으로 담아낸 생생한 기록들! 정말이지 그가 만난 섬들의 어머니들은 모두 우리네 어머니이기도 합니다.
박진강 화가의 그림도 인상적입니다. 투박한 듯 정감 넘치는 그림들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어도 우리네 어머니를 만날 수 있습니다. 표지의 어머니 그림이 강렬합니다. 통영시 연화도에 사시는 어머니, “할머니 성함은 어떻게 되세요?” 라는 질문에 “성도 이름도 없어요. 누구 즈그 어메라고 부르고. 아무 것이네 하고. 성도 이름도 없이 살아요.”라고 대답하셨답니다. 아! 그래도 작가가 떠날 때, 할머니는 말씀하셨다죠. “나 이름은 윤필순이요.”
그럴 것입니다. 남편과 자식들만을 위해 살아오신 어머니들, 이름도 성도 없이 살아오셨지만, 그것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셨지요. 고난과 슬픔도 해학과 가락으로 실어 보낼 줄 아는 어머니들은 분명 삶의 달인들이십니다. 삶이 팍팍하고 힘들 때, 어머니를 떠올리면 힘이 납니다. 삶이 지난(至難)하게 느껴질 때 어머니를 떠올리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이 책을 통해 당신의 어머니를 만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