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샹은 왜 변기에 사인을 했을까? - 명화로 배우는 즐거운 역사
호세 안토니오 마리나 지음, 안토니오 밍고테 그림, 김영주 옮김 / 풀빛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미술의 5천년의 역사를 이 책처럼 간략하고 명쾌하게 보여주는 책은 없습니다. 처음 1장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로 미술의 역사에 뛰어들도록 합니다. “나는 아이처럼 그리는 법을 배우는 데 평생이 걸렸다.”(파블로 피카소, P. 13). 고대 동굴의 암벽화부터 이집트 미술, 크레타 미술, 그리스 로마 미술까지 각 시대의 미술의 특징들을 아주 쉽게 설명하고, 대표적인 명화들을 제시합니다. 게다가 재미있는 일러스트까지,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듭니다. 나는 꽤 묵직한 미술사 책들을 여러 권 섭렵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서야 미술사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곳곳에 화가의 일화나 유명한 말들이 소개되어 있어, 미술의 본질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군요.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을 소개하는 12장에서, 인생과 예술에서 자유를 얻는 방법 두 가지를 제시합니다. “첫 번째 방법은 자신의 기량을 올리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모든 규범, 전통, 기법 또는 제약을 깨 버리는” 것(P. 97)입니다. 아! 미술의 역사가 놀라만한 표현력을 추구하다가도 형식의 파괴를 통해 새로운 장르로 들어가는 이유가 바로 예술가들이 참다운 자유를 추구하기 때문임을 알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선의 추구와 색의 추구 사이의 역동적인 관계가 미술을 발전시켰음을 배웠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에 피렌체 화가들은 스케치 묘사에 더 힘을 썼고, 베네치아 화가들은 색에 더 신경을 썼답니다. 저자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미켈란젤로가 티치아노의 그림을 보면서, “베네치아 화가들이 처음부터 제대로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우지 않은 것은 죄악이다”(P. 148)라고 말했다지요. 이제 티치아노하면 색채, 미켈란젤로 하면 스케치가 떠오르게 됩니다.

  미술의 역사는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습니다. 항상 창조적으로 기법의 한계, 가난, 권력 종속, 현실, 기교 등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제 현대 미술에서는 무엇으로부터의 자유를 추구하는 것일까요? 바로 ‘미술의 진지함과 미술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P. 236). 이것이 바로 책 제목, 「뒤샹은 왜 변기에 사인을 했을까」에 대한 답입니다. 예술작품은 일종의 놀이이자 유머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화장실’에 있는 변기는 그저 변기이지만, 예술가가 사인을 해서 ‘미술관’에 전시하면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꼭 자신이 그리거나 제작해야만 예술품인가요? 모나리자에 콧수염을 그려 넣는 기상천외한 ‘창조적’ 패러디 행위로 또 하나의 예술작품이 만들어질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기존의 틀을 깨고 즐기고, 놀이하면서 미술의 역사는 계속 진보하고 있습니다. 과연 미술의 역사의 끝은 어디일까요?

  이 책은 초등학생이 보고 즐기고 배울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미술사책이며, 동시에 미술의 본질을 고민하는 어른들에도 미술사의 큰 뼈대를 제시하고 동시에 많이 생각하게 만드는 훌륭한 미술사책입니다. 너무나 즐겁고 유익한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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