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가방 - 여자의 방보다 더 은밀한 그곳
장 클로드 카프만 지음, 김희진 옮김 / 시공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사회학자 장 클로드 카프만이 70명이 넘는 여자들에게 허락을 받고 가방을 열어 뒤졌습니다. 그 여자들을 인터뷰하고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여자에게 가방은 소품 그 이상의 본질적인 필수품입니다. 가방은 여자의 내밀함의 마지막 경계선이며, 여자의 심장이요, 여자의 영혼입니다. 가방을 통해 여자를 심리적으로 이해하는 책에 어느 남자가 관심을 갖지 않을까요? 한 여인의 말이 흥미를 자극하네요. “삼손의 힘은 머리카락에 있었고, 데릴라의 힘은 가방에 있지요”(p. 26).

  저자가 말했듯, 남자들은 ‘감히’ 정정당당하게 여자의 가방을 들여다보지 못합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아내의 가방을 한 번도 들여다보지 못했네요. 그렇게 오래 같이 살면서 아내가 가지고 다니는 큰 가방 안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한 번도 열어보지 못했던 것은 아내에게 관심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아마도 가방은 여자의 개인적 사생활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갑자기 아내의 가방 속이 궁금해졌습니다.

  몇 년 전에 외국에 나갔다 면세점에서 페라가모(Ferragamo) 빨간 손지갑을 사준 적이 있습니다. 사실 큰 가방은 몇 백만 원씩 해서, 구매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백만원 미만의 손지갑으로 생색을 내기로 한 것입니다. 아내가 얼마나 좋아하던지, 어디 가나 그 지갑을 가지고 다닙니다. 그런데 그 비싼(?) 지갑을 따로 가지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큰 가방에 넣어 다닙니다. 힐끗 보니 아내는 그 지갑 안에 기껏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을 비롯한 몇 장의 카드와 현금, 그리고 한두 달치 영수증만을 가득 담아 다닙니다. 그 지갑이 담겨 있는 아내의 큰 가방 안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요? 아내가 식사 후 가방 안을 뒤적거려 껌을 꺼냅니다. 그리고 식당에서 나가기 전 파우치를 꺼내 입술 화장을 하고 거울을 들여다봅니다. 아내의 가방 안에는 없는 것이 없는 듯 하네요. 그렇다고 아내의 가방에 대단하고 은밀한 것이 들어 있지는 않은 듯합니다. 하지만 그 평범함 속에 아내의 영혼의 색깔이 반짝이고 있지는 않을까요?

  맞습니다. 가방은 그 가방을 들고 다니는 여자의 정체성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체성이란 우리 자신을 일관되게 관통하면서 상화엥 따라 다양한 면을 내보이는 복잡한 개념”(p. 153)입니다. 따라서 여자들은 나이에 따라 가방도 가방의 무게도 달라집니다. 저자는 “여자들이 해방될수록 가방은 더 무거워진다”(p. 288)고 주장합니다.

  여자는 “만약을 대비해서” 가방 안에 잡다한 것들을 담아 가지고 다닙니다. 그것은 나같은 남자가 읽지도 않으면서 책 한 권은 꼭 손에 들고 다니는 것과 같다고 할 것입니다. 나는 가끔 들고 있던 책을 아내에게 건넵니다. 아내는 읽지도 않는 책을 왜 가지고 다니냐고 핀잔을 주죠. 그러면서 자신의 가방 안에 책을 넣어 줍니다. 아내의 가방은 담지 못할 것이 없습니다. 아내의 가방은 내 인생의 무거운 짐까지 넉넉히 담을 수 있습니다.

  이 책, 조금은 산만하면서도 재미있네요. 가방을 통해 많은 여자들을 만나보니, 여자라는 존재는 이해할 듯 이해하지 못할 듯 복잡 미묘합니다. 그래서 가방은 여자의 영혼이라고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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