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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하면 죽고 치병하면 산다
신갈렙 지음 / 전나무숲 / 2000년 1월
평점 :
한 달 전쯤 초등학교 친구 와이프에게서 남편이 위독하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삼성의료원에 입원했는데, 암이 재발되고 온 몸에 전이되었다는 것입니다. 친구는 2년 전 간염이 악화되어 간암으로 입원했었습니다. 색전 시술과 항암치료로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완치되는가 싶었습니다. 시골로 내려가 요양도 하였지만, 새로 시작한 사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몸을 무리했었나봅니다.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에는 의사가 더 이상 손을 쓰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길어야 두 달을 넘기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저는 급하게 달려갔습니다. 병실에 들어갔을 때,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친구는 변해있었습니다. 황달로 얼굴 전체와 온 몸이 노랗습니다. 화창한 봄 날 오후 네 시간가량을 함께 병원에 있으면, 친구는 쉬지 않고 제가 말을 합니다. 모든 것을 담담히 받아들인다고 말하면서도 삶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날 의사의 권유로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겼습니다. 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 책 「암, 투병하면 죽고 치병하면 산다」에서 깊게 공감한 바는, 암을 대하는 저자의 방식입니다. 저자에 따르면, 병원치료 방식은 서구적 세계관의 관점에서 암을 정복하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암세포도 비록 돌연변이지만 자신의 몸의 일부가 아닙니까? 저자는 몸의 주인인 자신이 자기 몸속에 증식하는 암세포와 싸운다는 것이 과연 올바른 관점인지 질문합니다. 비유로 들자면, 정원에 잡초가 성장한 것입니다. 주인은 김을 맬 것인지, 아니면 제초제를 뿌릴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제초제를 뿌리는 것은 ‘투병’하는 것입니다. 그는 남태평양에 있는 군도, 멜라네시아의 세계관에 주목합니다. 멜라네시아 사람들은 질병의 원인을 “깨진 관계”로 봅니다. 따라서 질병 치료법은 “화해 의식”입니다. 말하자면, 정원에 잡초가 자랐을 때, 제초제를 뿌릴 것이 아니라, 김을 매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때로는 제초제도 뿌려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저자는 병원의 치료를 통한 투병과 기독교 세계관의 관점에서 치병하는 일을 병행합니다.

저자는 6가지 영역에서 깨진 관계를 회복해 나갔습니다. 식품 섭취 영역, 생활방식영역, 일의 영역, 자아와의 관계 영역, 타인과의 관계 영역, 절대자 하나님과의 관계 영역입니다. 무엇보다도 크리스천의 관점에서 암을 대하는 저자의 태도에 백퍼센트 동감합니다. 암조차도 하나님이 예비하신 선물이라는 생각, 그래서 암을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깨어진 관계들을 회복하는 것, 암을 진리와 그리스도의 영광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자세들! 저자는 암을 통해 삶을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그는 암으로 인해 삶의 축복을 마음껏 누렸습니다.
이 책이 2년 전쯤에 출판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이제 사랑하는 친구에게는 너무 늦었지만, 내 주변에 암환자가 생기면 그 분과 그 분의 가족에게 이 책을 꼭 선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