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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을 공개합니다 - 하나의 지구, 서른 가족, 그리고 1787개의 소유 이야기
피터 멘젤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이전에 피터 멘젤과 그의 부인 페이스 달뤼시오가 펴낸 「칼로리 플래닛」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한 사람의 하루 분 식사와 그것을 먹는 사람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아냈습니다. 하루 800 칼로리를 섭취하는 케냐의 마시아족 목축인부터 무려 15배 가까이 섭취하는 영국의 간식 중독자까지, 80명의 사진과 그들의 일상의 삶이 기록하였습니다. 수많은 사진들과 글들에는 단순히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 그들의 정체성과 그들이 사는 일상의 세계가 잘 드러나 있었는데, 엄청난 스케일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피터 멘젤의 또 다른 책, 「우리 집을 공개합니다」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펼쳤습니다. 이 책은 「칼로리 플래닛」의 모태가 된 책이라지요. 사실, 사람이 무엇을 먹는가도 중대한 관심사이지만, 어디서 무엇을 소유하고 사는가도 삶에 근본적으로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이 책은 「칼로리 플래닛」과 같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집 안의 가구들을 몽땅 밖으로 꺼내놓고 한 가족이 사는 집을 배경으로 가구들과 가족구성원들을 하나의 사진에 담아냈습니다. 지구촌 곳곳의 서른 가족의 사진이 담겨있네요.
즐겁게 사진을 보고 에세이를 읽어가면서 사람은 얼마나 소유해야 행복할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전 세계에 곳곳에 사람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아프리카의 흙집에서 변변한 가구하나 없이 사는 가정이 있고, 석유로 부자가 된 나라 쿠웨이트에서 비까번쩍한 자동차 네 대에 너무나 많은 것을 소유해 다 내 놓지도 못한 가정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진만으로는 어느 가정이 더 행복할지 판단할 수가 없군요. 일주일간 이들 가정과 생활한 작가는 알고 있을까요?
분명 지금은 기업자본주의가 활개를 치고 있어서 다국적 기업들의 상품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고, 소비의 욕구로 인해 사람들은 가정을 돌볼 여유도 없이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상품의 생산을 위해 환경은 계속 파괴되고 고갈되고 있습니다. 이 책이 1994년에 출판되었으니, 지금부터 약 20년 전의 모습이겠네요. 지금은 그 때보다 환경이나 가정의 상황이 더 나빠졌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과연 좋은 집에 가구와 물건을 가득 쌓아 놓고 산다고 행복할 수 있을까요? 정말 중요한 것은 가정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며 사는 일이 아닐까요? 이제 전 세계가 그물망처럼 얽혀 있는 이 시대에 소유의 욕구를 조금 내려놓고 환경과 다음 세대를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뉴욕공립도서관에서 이 책을 ‘청소년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로 선정했다니, 잘한 일이지 싶습니다. 학생들이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가정의 소중함과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생겨났으면 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에는 20년 전의 한국 평균 가정의 모습이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칼로리 플래닛에도 중국, 일본, 인도 등은 다 실렸는데, 우리나라만 빠져 아쉬웠습니다. 한국 가정의 모습도 있으면 한국 청소년들이 더 흥미로워했을 텐데요 … 딸 녀석의 책상 위에 놓아두어야겠습니다. 녀석이 오며 가며 들추어 보고 많은 것을 생각하길 바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