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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들여다보다 - 동아시아 2500년, 매혹적인 꽃 탐방
기태완 지음 / 푸른지식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천성이 꽃과 나무를 좋아하는 저자 김태완 교수는 국문학자입니다. 그는 해마다 두어 번씩은 남녘으로 꽃 탐방을 다녀온답니다. 그리고 그의 전공과 꽃 탐방이 만나 꽃 이야기를 아름답게 피워냈습니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만 자란지라, 꽃과 나무를 잘 알지 못합니다. 유명한 꽃 이름은 알고 있지만, 꽃을 보면 그저 노란 꽃, 붉은 꽃, 이런 식으로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나무는 더욱 구별할 줄 모릅니다. 열매가 달려야 알 수 있죠. 이런 나에게 이 책은 낯설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꽃과 한시(漢詩)의 세계로 나를 데려다 주었습니다.

얼마 전 한라산의 눈꽃을 보기 위해 제주에 갔다가 제주 한 시내 아파트 화단에 수줍게 피고 있는 동백꽃 보고 가슴이 콩닥거려 사진에 담았습니다. 위 왼쪽 사진이 그 때 사진입니다. 이 책에 소개된 성삼문의 시를 보면서 그 때를 추억해봅니다. “한겨울의 자태를 사랑하는데 / 반쯤 필 때가 가장 좋은 때네 / 피지 않았을 땐 피지 않을까 두렵고 / 활짝 피면 도리어 시들어버리려 하네”(p. 15).
“복사꽃과 오얏꽃(자두꽃)은 … 절개가 없고, 소나무와 측백나무는 … 고은 안색이 없으니, 동백이야말로 아리따운 안색에 절개까지 겸했다.”(p. 14). 이규보의 <동백화>에 표현했듯, 봄철의 꽃은 화려하지만 잠깐 피다 져버리고, 소나무 등은 추위를 잘 견디지만 고운 안색이 없습니다. 하지만 동백은 “아리따운 안색에 절개까지 겸했으니” 참으로 꽃 중의 꽃이라 할 수 있겠네요. 작년 여름에 읽은 <여행을 부르는 결정적 순간>이라는 책에 실린 ‘다산 초당의 마당에 떨어진 동백꽃을 찍은 사진’(위 오른쪽 사진)을 보고 감탄을 했습니다. 동백꽃은 떨어져서도 모든 것을 아름답게 만드는 꽃으로 나의 마음속에 심겨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꽃과 관련된 많은 한시를 접할 수 있고, 꽃에 관한 다양한 상식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한 겨울에 피는 동백꽃의 노란 꽃술에는 꽃가루가 많고, 자루 밑동에는 꿀이 가득하답니다. 도대체 이 꿀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한 겨울에 벌과 나비가 있을 리 만무하니, 바로 동박새를 위한 것입니다. 동백꽃은 꽃가루 수정을 곤충이 아닌 새에 맡기는 꽃인 것입니다(p. 23).
나는 이 책에 수록된 아름다운 꽃 사진과 꽃을 노래한 한시들, 꽃에 관련된 다양한 상식들, 어느 것 하나 대충 지나치고 싶지 않습니다. 특히 저자의 설명이 너무나 자상하고 멋들어집니다. 국문학자가 꽃에 대해 이렇게 해박할 수 있다니! 단 한 문장으로 표현된 꽃 소개도 일품입니다. “술에 취해 잠든 미녀 _ 해당화,” “나무에 핀 연꽃 _ 목련,” “두견의 피울음에 붉은 꽃 흐드러지고 _ 진달래,” “영원한 유토피아의 꽃 _ 복사꽃,” “달빛 속의 가인 _ 배꽃,” “선녀가 잃어버린 옥비녀 _ 옥잠화,” “이별의 징표 _ 버드나무,” 등. 이 책에 소개된 꽃과 한시 못지않게 이 책 자체가 아름답습니다. 봄기운 느껴지기 시작하는 계절에 문학과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책입니다. 저는 지금 이 책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오래 오래 사랑에 빠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