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와 破字 - 깨뜨리고 합쳐서 보는 흥미로운 한자의 문자유희
홍순래 지음 / 어문학사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는 어려서부터 한자 공부를 해왔습니다. 중학교 방학 때는 아버님으로부터 명심보감(明心寶鑑)을 배우기도 했죠. 대학교 때 사범대학에 다녔는데, 저의 전공과는 상관없는 한문교육과 수업도 청강하기도 했습니다. 한글만 있는 글보다 한자가 들어가는 글들이 더 뜻을 명확히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런 저에게 이 책 <한자와 파자>는 마치 멍석을 깔고 그 위에 수많은 한자를 던져 놓고 올라와 한바탕 놀아보라고 초청하는 듯합니다. 한자 놀이마당이라고나 할까요!

 

   ‘파자(破字)’는 한자(漢字)의 자획을 분해해서 다양한 의미를 드러내는 수수께끼 같은 놀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자가 표의문자(表意文字)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 중 단일파자(單一破字)는 이제 한자를 막 익히기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겠다 싶습니다. 예를 들어, 양(羊)의 뿔과 발이 잘려나간 글자는? 왕(王). 임금(王)이 양쪽에 상투 틀고 양다리에 칼 꽂은 것은? 미(美). 이런 식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 무조건 수십 번씩 쓰며 죽자사자 외웠는데요. 그 때 이런 식으로 배웠다면 더 즐기면서 한자를 배웠을 것입니다.

   저에게는 단일파자보다 다자파자(多字破字)가 더 흥미로웠습니다. 문자유희(word play)를 통한 해학(諧謔)과 풍자가 재미있습니다. 한국의 구비문학(口碑文學, oral literature)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일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 선조들은 반정(反正)이나 역모(逆謀)를 꾸밀 때 은밀한 비밀 유지를 위해 파자를 많이 사용했다죠.

   저자가 정리한 피자의 활용 편에서 제시한 이름이나 호(號), 필명(筆名), 상품명과 기관명에 활용한 파자를 읽으면서, 지금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나이별 호칭에 파자 활용’은 왜 연령에 따라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예를 들어, 61세를 화갑(華甲)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화(華)자를 파자하면, 십(十)이 여섯 개에다 일(一)이 하나 더 있으므로 61세라는 의미랍니다. 오호! 이런 깊은(?) 뜻이 있다니! 선조들의 재치가 번뜩입니다. 이런 재치는 파자 해몽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에서도 많이 발견됩니다.

 

   한자를 사용하는 사회에서 수없이 활용되는 파자, 그래서 조선시대의 문헌에 엄청나게 나오는 파자들이 있지만, 파자와 관련된 그 방대한 자료들을 이 책처럼 잘 모아 정리한 것은 지금까지 없을 것입니다. 한자를 좋아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좋은 자료집입니다. 조선의 문학작품들을 제대로 읽기 원하는 분들, 한문공부에 마음을 두고 있는 학생들, 한자를 가르치는 선생님들, 자녀들에게 한자를 재미있게 가르치기 원하는 부모님들에게 매우 유용한 자료를 많이 담고 있는 이 책, 파자에 관한한 독보적인 책이라고 감히 평가해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