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욕망, 그림으로 읽기 아트가이드 (Art Guide) 11
스테파노 추피 지음, 김희정 옮김 / 예경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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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고 욕망하는 것, 이것은 인생의 가장 큰 주제입니다. 그리고 미술에서 사랑의 주제가 끊임없이 변주되는 것은 예술이 곧 삶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림에 나타난 에로스적 사랑의 다양한 상징과 비유들을 공부하다보면 인생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겠다 싶어, 이 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저자 스테파노 추피에 대한 기대도 있었습니다. 이전에 예경에서 나온 스테파노 추피의 <천년의 그림 여행>을 사서 읽었는데, 수많은 그림 도판이 선명하고 해설이 매우 잘되어 있어서 만족스러운 그림공부가 되었거든요.

 

   저자는 사랑과 에로티시즘이라는 방대한 주제를 제스처와 상징, 장소, 애정과 열정, 에로스, 세기의 남녀 등으로 분류해서 그림들을 소개하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처음 접하는 그림들도 많았고, 익숙한 그림도 새롭게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조금은 산만해 보였습니다. 차라리 작가와 시대별로 사랑의 주제와 관련된 그림들을 정리하고 소개했으면, 더 유익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인간사에서 언제나 최고의 주제인 사랑과 욕망을 그린 그림들은 사회 역사적 배경과 시대상, 그리고 화가의 기법에 따라 다양한 표현 양식으로 나타나니까요! 예를 들어 제우스가 황금비로 변해 사랑을 나누었다고 하는 <다나에> 이야기를 그린 작가들을 시대별로 정리하고 설명했으면 각 시대의 미술 표현 양식과 사상을 많이 배울 수 있지 않았을까요? 언뜻 생각해도 <다나에>를 소재로 그림을 그린 화가들은 티치아노, 젠틸레스키, 렘브란트, 클림트, 등 너무나 많습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이 책에는 코레조의 작품(p. 104)과 티치아노의 작품(p. 213)을 다른 주제(각각 ‘침대’와 ‘음란한 이미지’) 아래 소개하고, ‘제우스와 다나에’라는 항목(pp. 323~324)에서 티에플로와 렘브란트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작품을 함께 묶여 각 작품의 특성들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사랑과 관련된 주제들은 너무나 방대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만족할만한 분류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수많은 주제들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묶었다는 점에서 그 공헌을 인정해야 할 듯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몇 몇 작품들이 특히 인상에 남습니다.

   이 책에서 줄리오 로마노의 <두 연인>(pp. 102~103)이라는 작품을 처음 대했습니다. 저자는 ‘침대’라는 분류 아래 이 작품을 실었는데, ‘매음굴이나 창녀’ 혹은 ‘음란한 이미지’에 실었어도 좋았을 듯합니다. 이 작품을 보면서 예술적 에로티시즘과 포르노그래피와 차이는 무엇일까 그 경계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자는 “성적 욕망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위한 포르노그래피와 치밀하고 지적인 연출을 통해 완성되는 에로틱한 예술은 구별되어야” 한다(p. 212)고 주장하지만, 정말로 명확히 구별될 수 있을까요? 귀스타브 쿠르베의 <세상의 근원>(p. 212)이나 모딜리아니의 <붉은 누드>(p. 216)는 매우 도발적이지만 결코 포르노그래피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것은 저의 주관적인 판단일 것입니다. 어느 누구는 분명 음란한 포르노그래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느꼈지만 오스카 코코슈카의 <바람의 신부>(pp. 160~161)는 역시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이 그림은 음악가 구스타프 말러의 아내였던 알마 말러와 화가 자신의 짧고 불안한 사랑을 너무나 잘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샤갈의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풍의 몽환적인 작품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연인이란 주제 아래 소개한 렘브란트의 <문설주의 헨드리케>와 마르크 사걀의 <장미빛 연인들>도 새로웠습니다(pp. 176~175). 서양 미술계에서 볼 때 엑조티시즘(exoticism, 이국풍)인 작품들도 언제나 깊은 인상을 줍니다. 

 

   제본판이 조금 더 크고, 작품에 대한 설명이 조금 더 자세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것은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가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 책, 저의 미술서적 책꽂이에 꽂아 놓고 자주 손길이 갈 것 같습니다. 유쾌하고 행복하게 감상했습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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