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수근 평전 : 시대공감
최열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 그의 작품 <빨래터>가 위작 시비에 휘말렸습니다. 그 당시 이 작품은 한국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인 45억에 팔린 것이기에 세간에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죠. 이것을 계기로 저는 그의 작품들을 더 자주 접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그의 작품을 직접보지는 못했지만 책들을 통해 접하면서 저는 그 분의 작품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돌같이 거친 질감을 가진 표면처리, 그리면서도 부드러움을 느끼게 하는 묘한 바탕에 무채색 혹은 흑갈색의 그림들은 원근감 없이 너무 평평해 보였습니다. 그가 그린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 앙상한 나무 가지들, 우물가나 빨래터 혹은 장터에 있는 사람들, 완전히 추상화되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단순화되고 추상화된 그의 그림은 제 마음의 캔버스에 깊이 각인되었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무언가 한국인의 한(恨)같은 것이 녹아있는 듯합니다.
이 책, <시대공감: 박수근 평전> 때문에 저는 박수근 화백을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박수근 평전의 제목이 마음에 듭니다. <시대공감>, 제목 그대로 이 책을 통해 저는 박수근의 삶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그의 그림을 더 깊이 이해하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난한 어린 시절 양구의 지천에 널린 화강암들, 그것이 그의 그림 바탕에 그대로 녹아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제 압박의 시대와 전쟁 그리고 혼란의 시기에 박수근의 삶은 눈부시게 서글펐습니다. 그가 밀레의 그림에 심취했다는 사실을 읽으며, 그의 그림에 나오는 사람들은 왜 하나같이 평범한 존재들인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여인들의 모습은 바로 밀레의 여인이고 동시에 조선의 여인네들입니다. 그들의 “소박하고 고독한 기도자”이며 “가장 순수한 인간의 삶을 산 사람들”입니다(p. 68).
보통학교밖에 나오지 않아 미술계의 주류에 속할 수 없었던 박수근, 그러기에 그의 작품에는 유럽의 소박파 화가들처럼 아카데미컬한 기교에 물들지 않은 원시성이 담겨있습니다. 그럼에도 박수근 화백은 “그 출발은 기교와 동떨어진 미숙함이 있었으나 단조로우리만큼 끝없는 반복으로 세련성을 획득해 나갔으며 물감을 두껍게 쌓아 올려놓음으로써 안정된 재질감을 성취해 나갔고 어느덧 즉흥이나 치졸과는 반대쪽에서 진지하고 우직한 정밀의 세게에 도달”(p. 170)한 것입니다. 그의 위대함은 여기에 있는 듯합니다. 그만의 화풍, 그의 호를 따서 ‘미석(美石) 화풍’이라 할 만합니다.
한국미술계의 주류에 속하지 못하고 외국인의 인정으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야 했던 박수근 화백, 그의 삶은 항상 가난했고, 혼란의 시대 속에서도 오직 그림만을 생각한 진정한 화가였습니다. 그는 진실한 생활에서 고귀한 예술을 추구하는 것을 예술가의 이상으로 확신했었다고 합니다(p. 251). 박수근 삶의 눈부신 서글픔과 고결함 때문에 그의 작품은 더 애잔하게 가슴을 파고듭니다. 간경화 응혈증으로 1965년 세상을 떠나며 그가 한 마지막 말도 눈부시게 서글프며 아름답습니다. “천당이 가까운 줄 알았는데, 멀어, 멀어 …”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이번 겨울이 다 가기 전 강원도 양구에 있다는 그의 미술관이 가보 싶어집니다. 그 곳에는 정작 그의 작품이 많지 않다는데, 그래도 몇 작품이라도 만나면 한없이 반가울 듯합니다. 이 책 <시대공감>을 들고 떠나겠습니다. 그리고 그의 많은 작품들이 한 자리에 모여지고 전시되길 소망해 봅니다. 그러면 아무리 입장료가 비싸도 꼭 가보겠습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