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그 삶과 음악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6
스티븐 존슨 지음, 임선근 옮김 / 포노(PHONO)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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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PHONO의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중에 베토벤과 멘델스존을 이미 읽었다. 이 책들을 읽으면서 함께 들어있는 CD들도 열심히 들었다. 음악가들의 삶과 작품을 글로 읽으면서 관련된 음악을 듣는 것은 큰 즐거움이며,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감흥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미덕이다. 또 이 시리즈는 꼼꼼한 부록, 용어집, CD수록곡 해설과 연표 등을 싣고 있어, 음악가의 생애에 맞추어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폭을 상당히 넓혀준다. 이 시리즈의 책을 통해 많은 기쁨을 누렸기에, <말러, 그 삶과 음악>을 손에 덥석 집어 들었다.

 

게다가 2011년은 말러 서거 100주년의 해가 아닌가! 이를 기념해 지휘자 정명훈과 서울 시향은 12월 22일 예술의 전당에서 말러의 <교향곡 제 8번>을 연주했다. 이 교향곡은 말러의 최대 역작으로 엄청난 스케일 때문에 ‘천인 교향곡’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책, <말러, 그 삶과 음악>은 교향곡 8번에 작곡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전한다. 알프스의 은둔처, 창작의 고통이 심한 상태에서 어느 날 아침 작곡실의 문턱을 넘는 순간 ‘오소서 창조주이신 성령이여’라는 찬가를 떠올렸고, 도입부 합창 전체를 작곡했다. 하지만 음악이 가사와 맞아떨어지지 않아 라틴어 찬가 전체를 받아보았는데, 놀랍게도 라틴어 텍스트는 음악에 정확히 들어맞았다는 것이다. “그는 감각적으로 찬가 전체에 꼭 맞게 작곡을 했던 것이다”(p. 171). 우리는 말러를 성공한 지휘자로 기억하지만, 그는 분명 조울증에 고통당한 천재 작곡가다. 뉴욕 메트로폴리탄으로 자리를 옮겨 작곡한 <대지의 노래>와 뉴욕 필하모니 지휘자 시절 죽음을 다룬 <교향곡 제 9번>, 그리고 그의 마지막 작품 <교향곡 제 10번>을 들어보라. 그의 작품에는 ‘자기 극화’가 있다. 그는 자기만의 고통, 연민, 기쁨, 동경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사랑과 인생과 희망에 대해 노래하는 위안의 노래를 불렀다(p. 223). 그는 위대한 작곡가의 반열에 오르기에 충분하다.

 

나는 이 책을 대하기 이전부터 뤼케르트 시에 붙인 그의 가곡 중 4곡 ‘세상은 나를 잊었네’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 가곡과 분위기가 너무나 흡사하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이 곡은 복잡한 세상에서 물러나 고요히 안식을 찾고 싶은 심정을 노래한다. “나는 세상에서 잊혀 졌네. 오랫동안 세상과는 떨어져 이제 그 누구도 나의 일을 알지 못하네. 아마 내가 죽은 것으로 알고 있겠지. 그것은 내겐 상관이 없네 … 나는 이 세상의 동요로부터 죽었고 정적의 나라 안에서 평화를 누리네!…” 이 책은 이 작품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빈 오페라 일에 매달려 보낸 말러는 세상의 소란함에 너무 깊이 말려들어 있었다. 그는 진정으로 사랑과 음악과 조용한 땅에서의 평화에 자신을 내맡기고 싶어 했고, 그에게는 여름휴가가 너무나 소중했던 것이다. 이 책은 계속해서 전한다. 말러와 그의 아내 알마가 함께 산책하다가 말러의 명상으로 중단되곤 했는데, 말러는 자신의 예술적인 몰입이 아내에게 기쁨을 안겨준다고 굳게 믿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내 알마는 말러의 ‘지독한 자기중심적 태도’와 짜증 분출에 대해 노골적으로 언급했다(pp. 122~123). 이 작품의 삶의 자리를 알고 이 곡을 들으니, 평안과 성공의 집착, 사랑과 이기심, 삶과 죽음, 슬픔과 구원이 묘하게 교차하는 일종의 아이러니를 느낀다.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삶의 실존적 문제를 깊이 껴안고 예술의 세계를 추구한 내성적인 작가도 여인의 사랑과 세상의 박수를 양분으로 삼아 작곡활동을 했다. 그는 세상의 성공을 열렬히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그 세상을 멸시하였다. 이 책, <말러, 그 삶과 음악>을 통해 나는 말러와 그 작품에 관해 새로운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말러의 음악에 관심 있는 애호가는 꼭 읽어야 할 책이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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