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이블 - 그와 함께 밥을 먹었다
조경아 지음 / 미호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 <더 테이블>의 prologue를 읽다 상념에 잠겼다. '밥상'(테이블), 생각만 해도 따뜻하다. 함께 음식을 나누는 것보다 사랑하며 사는 것을 더 잘 보여 주는 것은 없다.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 계절에 따뜻한 세상, 따뜻한 사람 사는 이야기를 읽고 싶어졌다. 어린 시절, 허리우드 극장 앞 중국집에서 나는 셋째 누님과 함께 짜장면을 먹었다. 4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친구 가족과 미국 횡단여행을 하면서 시골 여관에서 몰래 밥을 해먹던 기억도 새롭다. 16시간을 교대로 운전하며 시골의 한 여관(inn)에 들어갔다. 주인은 한국 사람은 난생 처음 대한다며 신기해하며 2층 방을 내 주었다. 몸은 파김치가 되었지만 마땅히 식사할 곳도 없다. 행여 김치 냄새가 새어나가 컴플레인(complain)이 들어 올까봐 환기구 아래 김치 통을 놓고, 김치 하나 찢어, 작은 전기밥솥 안에서 김이 솔솔 나는 밥 위에 얹어 먹었지. 친구 가족과 나의 아내가 함께 둘러앉아 먹던, 분위가 전혀 없는 싼티나는 식사보다 더 훌륭한 식탁을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 여행 동안 가졌던 많은 식탁들, 1달러짜리 라스베가스 호텔 뷔페식사가 유럽의 멋진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보다 더 근사하게 추억된다. 확실히 이 세상 살면서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먹는 것 그 이상의 것을 함께 하는 것이다. 그것은 삶과 아름다운 추억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피처디렉터로 일했으며 곧 창간될 잡지의 편집장인 조경아가 스무 가지의 식탁을 차렸다. 물론 본인이 직접 먹거리를 요리해서 차린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별것도 아닌, 먹지 않으면서도 생겨난 일이라면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던 것들이, 먹으면서여서 더욱 진해진 일들에 대해 잠깐씩 추억했을 뿐!”(p. 8). 그렇다. 저자는 추억의 테이블을 차렸다. 그녀의 톡톡 튀는 글 솜씨로 맛깔스러운 식탁을 차렸다. 작가가 차려놓은 밥상 이야기가 대단한 것은 아니다. 유명 연예인 이문세와 박상원과 함께 스코틀랜드에서 양이나 소의 위장으로 만든 해기스를 맛보았던 일, 배우 박정자씨와 함께 한 식탁에서의 상해식 돼지갈비에 얽힌 이야기, 어린 시절 아빠와 함께 먹던 물만두, 남편과 처음 먹어본 고등어 회, 차가운 뉴욕의 밤을 보낸 아침 어릴 적 아빠가 끓여준 라면 사리곰탕면을 먹던 일, 엄마와는 다른 어머니 - 조경아는 시어머니를 이렇게 불렀다 - 를 위해 먹어본 적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 적도 없는 닭발 요리를 감행해서 처음으로 칭찬 듣던 일, 익지 않으면 김치가 아니고 시어지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라고 외치며, “짤까 싶게, 달까 말까 하게 하면 된다”는 시어머니의 김치 간 비법에 대한 이야기, 등등. 뭐 대단한 이야기는 없지만 사랑하며 사는 일이 이런 것이다 하며 젊은 작가는 멋진 테이블을 차렸다. 그래서 더없이 친근하고 따뜻한 밥상들이었다.  

젊은 작가의 재치 넘치는 문장들이 마치 디저트처럼 달콤하다. 직장 후배 장우철이 큰 누나와 함께 들른 <카페 마지아>에서의 에피소드는 나의 웃음보를 터뜨렸다. “그는 주문을 받으러 온 웨이터에게 자연스럽게 물었다. ‘음 향기 좋은데요. 익숙한 향인데 … 이 헐브 - 허브가 아니다. 반드시 살짝 굴린 ’ㄹ‘ 발음이 들어간 헐브여야 한다 - 가 뭐였더라 … 웨이터가 대답했다. ”모기향인데요.“(p. 221). 참신한 작가의 수다떨기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그가 편집장으로 관여하는 잡지에 급관심(?)이 생긴다. 이 책, 멋진 테이블이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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