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들 - 세계 근대사를 이끈 6명의 위인
게로 폰 뵘 외 지음, 김형민 옮김 / 현문미디어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나오는 여섯 명은 정말로 유명하다. 학창시절 나름대로 열심히 외웠던 이름이다.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 <파우스트>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작가 괴테, <코스모스>의 훔볼트, <운명>과 <합창> 등으로 유명한 베토벤, 정신분석학의 프로이트, 일반상대성이론의 아인슈타인. 그러나 이 정도가 내가 이 여섯 명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전부였다. 솔직히 말해, 이 책을 처음 대하면서 ‘훔볼트? 누구였더라?’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훔볼트 이야기 목록을 훑어보고는 ‘아, 세계를 많이 탐험하며 수많은 식물과 동물들을 관찰 기록한 사람’하고 생각났을 정도다. 이들의 업적이 근대를 이끌었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여섯 명의 전문가가 각각 한 위인씩 여섯 명의 위인을 기술하여 한 권의 책으로 묶은 위인전 모음집이라 할 수 있다. 꽤 수준 있는 위인전이기에 내용뿐 아니라 분량에 있어서도 무게가 있다. 책의 두께가 만만치 않아 부담이 되었지만, 첫 위인 마틴 루터에 관심이 많아 선뜻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금세 깊이 빠져 들어갔다. 이 책, 정말 흥미롭게 위인들을 서술한다.  

이 책은 루터가 바르트부르크 성에서 한기를 이기기 위해 차가운 발을 비비며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하는 모습으로 루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루터는 ‘자유인’이라는 뜻이다. 루터는 하나님의 은총으로 자유인이 되어, 중세 교회의 불의에 용기를 다해 투쟁하며 “잉크로” 참 자유를 얻었다. 그가 비텐베르크 성문에 게시한 ‘95개 논제’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그리스도 안에서 자유!’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번역한 <독일어 신약성경>이 얼마나 위대한 역사적 가치가 있는지 이 책은 잘 밝히고 있다. 물론 그는 농민혁명에서 제후들을 편들어 끔찍한 유혈진압을 촉구했고, 유대인들을 멸시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이러한 약점은 그가 여전히 중세시대의 사람이었음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어느 인간도 시대의 아들이기에 그 시대의 정신을 완전히 초월할 수는 없다. 확실히 루터는 근대를 이끈 위대한 인물이다. 저자의 말대로, 그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인류에게 실존적 도움을 준다. 그는 우리 존재의 의미를 보여주고,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는 법과 근심으로 짓눌린 인생의 궁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넓은 길로 나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마침내 자유로워져라. 그리고 살지어다’이다”(p. 90). '자유'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루터(Luther)는 인류에게 자유로운 삶을 보여주었다. 

이 외에 다섯 명의 위인들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꽤 참신하다. 괴테에 관해서는 그의 나이 일흔 넷에 열아홉 소녀에게 반한 이야기로 시작한다(pp. 98ff.). 훔볼트 이야기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인생의 말년에 학문의 제후가 된다. 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남자 중 한 명이고, 살아있는 기념비다. … 훔볼트는 거의 믿기 어려울 정도로 충만한 삶을 산다”(P. 174). 이 문장으로 훔볼트 이야기는 독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베토벤에 관해서는 그의 조각상에 대해 말하면서 시작한다(pp. 248ff). 게다가 각 인물의 매우 인상적인 사진들이 시작부터 중간 중간 담겨있어, 독자의 심상에 위인들의 이미지를 깊이 각인시킨다. 

 

이 책, 참 재미있다. 위인들의 약점과 인간적인 모습들도 거침없이 드러내면서, 위인들의 역사적 공헌을 아주 흥미진지하게 서술해 나간다. 예를 들어,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관해 저자는 매우 인상 깊은 문장을 남긴다. “정신분석한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 찰스 다윈과 더불어 인류에게 실질적으로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 인류는 코페르니쿠스에 의해 으스스한 우주로 내팽개쳐졌다. 인간이 동물과 달리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혈통으로 창조되었다는 인류의 믿음은 다윈에 의해 무참치 짓밟혔다. 인류는 프로이트에 의해 세 번째로 깊은 충격에 빠져들었다. 프로이트는 이렇게 선언했다. 자아가 충동과 소망과 쾌락의 제국을 지배한다는 것은 완전히 자기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자아는 자신의 집에서 주인이 아니다”(pp. 397~398). 한 마디로, 프로이트는 무의식의 세계를 접근 가능한 곳으로 만들었고, 무의식의 세계를 가리고 있는 그림자를 다루는 방법을 인류에게 최초로 가르친 것이다. 이 책은 아인슈타인이 인류 역사에 어떤 공헌을 했는지도 확실하게 언급한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아이작 뉴턴의 우주상을 폐기처분했다. 일반상대성이론으로부터 빅뱅, 우주 대폭발, 평행우주의 존재에 대한 생각 등이 나왔다(p. 444). "그의 이론의 의미는 물질과 공간과 시간의 연관성 속에 있다. … 물질과 공간과 시간,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도 혼자서 존재하지 못하고 각각 나머지 다른 두 요소에 의존하여 존재한다는 사실이다.“(p. 452).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위인들은 모두 자신의 사상을 탁월하게 표현할 줄 알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베토벤은 악보로, 아인슈타인은 간략한 공식으로 자신이 감정과 사상을 탁월하게 표현했다. 독일어 성경을 만든 루터와 대문호 괴테, 전 세계를 여행하며 수많은 것들을 자세히 기록한 훔볼트는 말할 것도 없고, 프로이트는 탁월한 언어 구사력을 가지고 있었다. 프로이트의 글의 주요 특징은 신조어 만들기, 새롭게 발견된 현상을 위한 독자적 용어 만들기, 언어적 깊은 인상 심기, 풍부한 어휘력과 수려한 글의 흐름 등이 있다(p. 387). 프로이트에게 이런 어휘구사력이 없었다면, 혁명적 영향력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근대(modern)와 현대(post-modern)의 정신과 삶을 이해하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할 것이다. 정말 위인들의 삶을 제대로 들여다보았고, 그들 사상의 역사적 의미를 분명히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인생과 역사를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서평은 현문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