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부르는 결정적 순간
박경일 외 지음 / 꿈의지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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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넘겨 사진을 보는 순간, ‘아~’ 하고 신음소리가 나왔다. 너무나 아름다운 것과 조우(遭遇)할 때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오는 탄식에 가까운 감탄사다. 4명의 일간지 여행기자가 일을 냈다. 한국의 절정적인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표현해 낸 것이다. 사진들을 보는 순간, 그 치명적 아름다움 때문에 ‘아 그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마음만 들뿐이다. 사진들이 너무 눈물겹게 아름다워 에세이 글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글들을 조금 읽다가는 어느새 사진으로 눈길이 간다. 나는 강진군에 있는 다산초당을 한 여름에 들렀었다. 그저 짙은 녹음에 한적함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 책 첫 번째 여행지 사진인 동백꽃 떨어져 뒹구는 다산초당 마당은 왠지 모를 애처로움이 가득하다. 아, 같은 장소도 시간에 따라 이렇게 느낌이 다를 수 있군! 아니, 실제와 사진의 차이일까, 보는 각도의 차이일까? 구례의 산수유 마을, 밀양의 위양못, 나주의 영상강, 창녕의 우포늪, 화천의 산소길 수상부교 사진은 한 폭의 수채화다! 

벌써 가을의 한복판에 들어와 있다. 가을 편을 들여다본다. 대학교시절부터 그렇게 많이도 다닌 남이섬 메타세쿼이아 숲길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사진 한 장에 담긴 결정적 순간이 여행을 부른다. 이건 단순히 여행 안내책자가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 땅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와서 보라는 초대장이다. 프롤로그에서 작가들은 말했다. “여행기자들, 이들이 독자들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아 가고 싶다’일 것입니다. 여행기자들은 독자들의 그 말 한 마디면 충분합니다.” 이 책은 작가들의 의도를 백 페센트 충족시켰다. 나의 마음은 이미 그곳에 가 있다. 충주의 청풍호는 어떤가? 유람선을 타고 구담봉을 보았었다. 잔잔한 호수에 비친 모습이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았는데, 사진에 담긴 충주호의 단풍과 늦은 오후 빛을 받은 호수의 모습은 나를 숨 막히게 한다. 울진 간월재의 억새풀은 또한 어떠한가! 억새풀하면 나는 제주도 산굼부리의 억새풀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몇 년 전 그곳에서 해질녘 찍은 몇 장의 사진들을 보물처럼 바라보곤 했다. 그런데 이 책에는 해돋이 때 푸른빛 도는 억새를 담아냈다. ‘이건 사진일 뿐이야, 실제로 가면 오히려 실망할 거야’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며 마음을 잡아 보지만, 자꾸 자꾸 사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 나는 어느새 그곳에 가있다.  

나는 올 가을 인제의 자작나무숲에 가고 싶다. 자작나무하면, 왜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가 떠오는 것일까?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그 차가운 바람과 호수, 그리고 자작나무. 인제의 자작나무숲은 삼나무, 낙엽송, 잣나무와 어울려 늦가을이면 순백의 자작나무가지들 위에 빨강, 노랑 색칠을 한 것처럼 알록달록한 무늬가 얹혀 있다(p. 301)고 한다. 그 고결한 자작나무 숲에서 차가운 새벽을 맞이하고 싶다. 아! 그 곳에 가고 싶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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