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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 기술 - 나는 지금 정말 나의 생각을 하고 있는가?
차새벽 지음 / 이비락 / 2026년 4월
평점 :
오래전 앨런 제이콥스의 <당신이 생각만큼 생각을 잘하지 못하는 이유>(2018, Kora.com)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쉽게 ‘확증편향적’ 사고와 판단을 내리기 쉬운지 알게 되었습니다. 차새벽의 <판단 기술>은 ‘우리는 정말로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우리는 모두 각자 최선을 다해 ‘합리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정반대의 판단을 하고, 나와 다른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과는 대화조차 힘들어지는 것일까요? 이에 답하려면, 우리가 무엇인가를 판단할 때 그 토대가 되는 것에 무엇인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을 내린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감정이 앞섭니다. 앨런 제이콥스는 이를 직관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감정을 통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뇌는 감정적으로 이미 판단한 것이 옳음을 밝히기 위해 사후적으로 논리를 만들어 냅니다. 이 감정은 자신이 속한 사회 집단의 ‘아비투스’(habitus)에 위해 형성된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자신의 생각과 판단이 온전히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입니다.
저자는 ‘우리의 감정과 태도는 언어와 역사 그리고 종교에 의해 길들여진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종교 권력, 정치와 사회 권력, 온라인 권력 등에 무비판적으로 판단을 맡길 때, 우리가 심각하게 잘못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비판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때로는 잠시 멈추는 법도 연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이 쉽게 끌리는 유튜브 영상을 클릭하기를 멈추고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에게 흥미로웠던 챕터는 ‘4장. AI 시대, 판단을 통찰하라’와 ‘5장. 좋은 판단을 위한 윤리 감각’입니다. 에이전트 시대(Agentic Era, 주체로서의 인공지능기)가 열렸습니다. ‘알파고’가 인간 지식을 기반으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이라면, ‘알파고제로’는 인간 지식을 배제하고 규칙만을 제공했을 때 스스로 규칙을 이해하고 탐색하는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입니다. 이제 ‘알파제로’는 목적 달성을 위해 최적화된 인공지능입니다. 이제는 AI 스스로 사고 체계를 구성하는 단계로 이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공지능은 악의 없이도 인간을 멸망시킬 수도 있습니다. 즉,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구를 멸망시키는 해로운 존재로 인식하면 얼마든지 비윤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이 먼저 ‘좋은 판단’을 하는 존재가 되어 ‘좋은 명령’이 무엇인지 AI에게 인식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인간이 먼저 윤리적 품격을 갖춘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좋은 판단’은 ‘옳은 것을 아는 것’에서 나오지 않고, ‘좋은 사람’에게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생각과 판단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깊이 있는 독서였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