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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나이트
니시오 테츠오 지음, 문성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5년 9월
평점 :
어린 시절 읽었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은 아직도 그 내용이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주문, “열려라. 참깨!”는 친구들과 놀 때 자주 외쳤죠. 또 TV에서 <신드바드의 모험>을 시리즈로 보았고, 디즈니랜드에서 나온 영화 <알라딘>을 통해 <알라딘과 요술램프>를 즐겼습니다. 시공간상 저 먼 중세 이슬람의 세계에서 펼쳐진 이야기가 극동의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는 <아라비안나이트> 혹은 <천일야화>를 접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문학가들이 이 이야기 모음집의 문학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어쨌거나 <아라비안나이트>에는 내가 아는 저 유명한 이야기 외에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 궁금했고, 옛 추억도 떠올릴 겸 AK 시리즈에서 나온 니시오 테츠오의 <아라비안나이트>를 집어 들었습니다. 표지도 매력적이고 많은 사진과 그림들이 흥미를 돋우었습니다. 무엇보다 <아라비안나이트>가 어떻게 형성되고 유럽에까지 알려졌는지 저자가 친절히 설명하고 있어서 유용했습니다. 동양학자 앙투안 갈랑이 <아라비안나이트>를 유럽에 처음 소개했다네요. 그 후 여러 번역본이 나왔고, 1811년에 조너선 스콧이 갈랑 판을 영어로 번역했다고 합니다. 이 책 곳곳에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인물들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 이슬람 세계와 문화를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이런 설명은 <아라비안나이트>의 분위기와 특징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됩니다. 이 백여 페이지의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매우 알찹니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저 유명한 책 <오리엔탈리즘>에서 유럽이 중동 세계를 일방적이고 차별적으로 이해하여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했다고 일갈했습니다.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으로 중동의 문화를 바라보는데, ‘리처드 버턴’ 판 <아라비안나이트>가 한몫한 것이 사실인 듯합니다. 실제로 버턴은 대영제국이 품고 있는 인도와 아프리카의 무슬림을 이해하려면 아라비안나이트만 한 것이 없다고까지 말했답니다. 그는 무슬림을 지배하는 데 아라비안나이트가 훌륭한 도구가 된다고 생각한 듯합니다.
아랍어 연구가 전공인 니시오 테츠오의 <아라비안나이트>는 단순히 <아라비안나이트>의 내용을 들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아라비안나이트>를 문명사 관점에서 연구하고 풀어낸 책입니다. 그래서 지나치게 학문적인 느낌이 있지만, 덕분에 <아라비안나이트>가 어떤 책인지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셰헤라자드가 샤흐리야르 왕에게 밤마다 이야기를 들려주며 목숨을 이어가는 큰 틀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속에서 이슬람 세계의 생활상과 풍습 등을 배우게 됩니다. 이 책으로 아라비안나이트의 전체 이야기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아라비안나이트>의 전체 틀과 흐름을 붙잡는 데는 매우 유용합니다. 즐겁게 읽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