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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숲 - 세상을 바꾼 인문학 33선
송용구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6년 3월
평점 :
<인문학의 숲>은 인문학 교육의 증진에 힘써온 송용구 교수가 동서양의 명저 33권을 분야별로 소개한 책입니다. 철학과 사상, 사회와 역사, 소설과 드라마, 시 분야로 나누어 소개함으로 독자의 흥미를 돋웁니다.
그중에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와 <신약성경>을 연결한 것이 나에게는 참신하게 다가왔습니다. 주인공 닥터 지바고는 볼세비키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뇌합니다. 그는 엄청난 이데올로기의 폭력성에 고뇌하면서 사랑과 자유를 추구합니다. 이 작품 속에서 주인공은 <햄릿>이라는 시를 씁니다. “아버지 … 이 잔을 내게서 거두어 주옵소서 … 나는 당신의 흔들리지 않는 의지를 사랑하며 이 역을 맡는 데 동의합니다. … 나는 늘 외롭고 모든 것은 위선에 빠져 있습니다. 인생을 산다는 것은 평탄한 들판을 가로지르는 것과는 다를 것입니다.”(p. 187). 송용구 교수는 이 구절을 들어, 지바고가 바리새인을 꾸짖는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소비에트 공산당과 그 권력자들을 비판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지바고의 또 다른 시 <겟세마네 동산>을 통해 저자가 러시아 민중과 독자에게 “깨어 있으라”고 경고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닥터 지바고>는 사랑이 메마른 땅에서는 ‘자유’의 꽃이 피어날 수 없다는 진리를 드러내고 있으며, 이는 <신약성경>의 근본적인 가르침과 일치하는 것입니다. 송용구 교수가 인용한 <닥터 지바고>의 한 구절이 인상적입니다. “나는 정치에는 조금도 매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진리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으니까요”(p.191).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전쟁으로 세계가 혼란에 빠졌습니다. 나는 각국의 정치지도자들에게 환멸을 느낍니다. 그들은 자국의 경제적 이익과 안전을 위해서는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전쟁도 마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유와 사랑이 가득한 세상은 이룰 수 없는 유토피아에 불과할까요?
‘라인홀드 니부어의 눈으로 바라본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라는 타이틀도 관심을 끕니다. 라인홀드 니부어의 가치론에 입각해 생각해 보면, <어린 왕자>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궁극적 가치’와 ‘도구적 가치’를 뒤바꾸어 버렸습니다. 이들은 지식, 돈, 명예, 권력을 위해서는 타자를 수단으로 이용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성공에 눈이 멀어 다른 이의 행복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입니다. <어린 왕자>에서 ‘가로등을 켜는 사람’만이 자신만의 유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편리와 안정을 위해 일하는 자입니다. 사람보다 더 귀한 궁극적 가치는 없는 법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나는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추구하는가? 윤동주의 <서시>처럼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며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저자가 제시한 33권의 책을 다 섭렵할 수 있을까요? 부록 ‘현대인이 꼭 읽어야 할 인문학 명저’는 백 권이 넘는 책을 소개합니다. 그래도 얼추 30 여권의 책은 읽은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나의 독서 길잡이 되어 줄 것입니다. 편식하지 않고 분야별로 골고루 찾아 읽고 싶습니다. 아마도 평생의 과업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책이 있어 행복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