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 All Loving - 한국인은 이렇게 사랑했다. Once there was a love in Korea.
이광수 지음, 김정호 편역 / K-Classics Press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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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춘원 이광수는 한때 독립운동 활동가였지만 일제 식민지 통치 말기에 노골적인 친일 행위로 비난을 받는 작가입니다. 하지만 그가 한국 근대문학의 개척자였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오래전 그의 소설 <무정>을 읽으면서 내용이 고리타분하게 느껴졌지만, 한편 우리 민족을 계몽하고자 하는 지식인의 열망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유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야기 전개와 등장인물의 감정 묘사가 지루할 만큼 세밀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을 때 일만 부가 팔린 것을 보면, 당시 대중들이 이 소설에 얼마나 열광했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김정호 씨가 현대판으로 편작하고 영문 번역까지 실어놓은 <유정>은 시대적 편차를 넘어 오늘날에도 읽을만한 소설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문장마다 넘버링을 하고 옆 페이지에 병렬식으로 영문을 번역해 놓아서 문어체적 영작 연습에 도움을 줍니다. 한글로 읽다가 가끔 영어 표현을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남자 주인공 최석의 회고록 형식의 편지와 독백 부분의 넘버링을 회색으로 처리한 것도 가독성을 높였습니다. 생각보다 스토리 전개가 흥미롭습니다. 지나치게 세밀한 설명과 고리타분한 심리묘사가 지금 시대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지만, 스토리 위주로 각색해서 드라마를 만든다면 상당히 재미있는 작품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1900년대 초 서울과 동경과 중국, 그리고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를 로케이션으로 촬영을 한다면 볼거리도 풍부한 드라마가 탄생할 수도 있겠다고 상상해 보았습니다.


소설 속에서 최석은 딸처럼 키운 정임에게 남녀로서의 사랑을 느낍니다. 정임도 최석에게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도덕적 관념으로는 용납될 수 없는 이 감정을 책임지고자 스스로 바이칼 지역으로 떠나 쓸쓸히 죽어갑니다. 이러한 스토리 전개 속에서 주인공은 육체적 사랑의 욕망을 고통스럽게 제어하며 순수한 정신적 사랑으로 승화시킵니다. 오랜만에 한국 근대 소설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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