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공허한가 - 문제는 나인가, 세상인가 현실의 벽 앞에서 우리가 묻지 않는 것들
멍칭옌 지음, 하은지 옮김 / 이든서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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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법대학 사회학과 교수가 현대인이 경험하는 공허함의 원인을 찾아보고 대안을 나름대로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분업화된 현대사회에 나타나는 보편적 특징을 세 가지로 말한다. 첫째는 사람의 도구화’, 둘째는 전 사회적인 소외화’, 셋째는 모순과 분열이다. 이런 사회에서 헤쳐나가야 할 개인의 삶은 너무나도 험난하다. 무엇보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공허하게 살아간다. 그러면 삶의 의미를 찾으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그게 그리 쉬운 게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은 사회와 유기적으로 연결’(Organic Solidarity)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기계적으로 연결’(Mechanical Solidarity)되어 있을 때는 삶의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가족과 공동체에 의해 삶의 의미가 부여된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이미 직장에서 도구화된 개인, 디지털의 세상에서 깊이 연결된 듯하나 실상은 깊이 소외된 개인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날수록 공허함만 더욱 느낄 뿐이다. 저자는 삶의 의미를 찾는 법을 말하지 않는다. 정답이 존재하지 않으니, 현대인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고 거기에 맞추어 살아내는 용기. 저자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정답 없는 인생에서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찾는다면, 자신이 찾은 삶의 의미가 옳은지 확신할 수 없으니 다시 공허함을 느끼고 방황하지 않을까?

하긴, 이 책의 목적은 현대사회의 문제들을 직면해 그 현상을 이해하고 원인을 파헤치는 데 있지, 해답을 제시하는 데 있지 않다. 이 책이 전개하는 현대사회의 문제들을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해법을 찾는 것은 결국 개인의 몫이리라. 그런 점에서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우리가 직면한 현대사회의 민낯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데 있다. 우리는 알고리즘에 의해 식민지화되었으며, 항상 감시당하는 삶을 산다. 우리는 SNS에 뜨는 표준화된 아름다움에 얽매여 외모조차 정형화되어간다. 여행도 인터넷상 유명세를 겪는 곳을 도장 깨기식으로 다녀온다. 대학교육은 가공업으로 전락해 인간으로서의 온전함을 추구하기보다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주력한다. 갈수록 인간은 기능적으로만 존재하게 되고, 세상에는 영혼 없는 전문가와 가슴 없는 쾌락주의자가 가득하게 된다. 또 사회는 급속히 고령화되어가고 세대 간의 틈은 더욱 벌어진다. 소외화되는 사회에서 우울증 환자는 전염병처럼 급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회에서 개인이 생존을 넘어 의미 있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시 우리가 외로운 섬으로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고 모든 인간은 자신만의 독특한 삶을 산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이런 인식은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질 것이고, 타인의 이해는 나에 대한 이해와 연결될 것이다. 이 책은 해답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지만, 독자 스스로 해답을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다. 사회와 개인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좋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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