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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기원 - 아기를 통해 보는 인간 본성의 진실 ㅣ 아포리아 4
폴 블룸 지음, 최재천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평점 :
인간은 누구나 도덕감각을 가지고 있지만, 누구에게는 강하고 누구에게는 약합니다. 누구는 타인에게 험한 말을 해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누구는 자신의 쾌락을 위해 타인을 해하고 심지어 죽여도 자책하지 않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요? 또한 도덕성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일까요, 후천적으로 배우고 익히는 것일까요?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 폴 블룸은 아기들을 연구해보면 인간에는 선천적이고 보편적인 도덕성이 있음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분명히 말합니다. 하지만 도덕성은 후천적으로도 고양된다고 봅니다. 너무나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이 책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무척이나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도덕성에는 어떤 요소들이 중요하게 작용할까요? 사이코패스에게는 병적인 허언과 죄책감 부족 등의 증상이 있지만, 핵심적인 결핍은 연민입니다. 저자는 연민과 공감을 구별하는데, 연민은 누군가에게 마음을 쓰고 돌보는 것이며, 공감은 그 사람의 입장이 되는 것입니다. 타인을 돌보려는 연민의 마음이 없다면 도덕성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한편, 우리는 타고난 도덕성을 문화와 관습으로 뛰어넘습니다. 나는 ‘종교가 도덕의 기준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어떤 이는 유일신 신앙의 가르침에서 도덕적 통찰이 나왔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크리스토퍼 히친스 같은 이들은 종교가 폭력적이고 비합리적이며 인종차별과 여성 경멸 등을 낳았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어느 쪽 주장이 맞을까요? 분명한 것은 종교는 ‘어느 사회’에나 있으며, 종교가 도덕성에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입니다. 저자는 종교적 신념보다 종교적 소속감이 사람의 도덕성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니까 종교적 신념이 도덕적 신념을 초래하기보다 종교적 신념에 도덕적 신념이 반영되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미처 깨닫기도 전에 많은 요인이 우리의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인간의 도덕성을 연구할 때 먼저는 우리가 타고난 것을 다루어야 하지만, 더 나아가 우리가 그저 아기로만 멈추지 않는 그 이상의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의 도덕성 가운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부분은 인류의 역사와 개인의 발달이 진행되는 동안 발현되었습니다.
이 책, 인간의 도덕성과 관련된 다양한 학문적 연구 결과를 수많은 사례를 통해 매우 쉽고 흥미롭게 들려줍니다. 도덕성에 관한 균형 있는 토론에 매료되었습니다. ‘선악의 기원’을 탐구하면서 선을 증진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본 독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