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땅에서 말씀 찾기 - 베들레헴에서 욥바까지 인문 기행
권종렬 지음 / 샘솟는기쁨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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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 감각으로 성경 읽기! 이 책이 추구하는 성경 읽기는 성경 텍스트 밖으로 나와 텍스트에 언급된 지역과 사물의 실체를 확인함으로써 텍스트의 의미를 더 생생하게 파악하자는 것입니다. 에필로그에는 한나 아렌트의 말을 인용하며 일상적 감각으로 성경을 이해하려면 무엇보다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저자는 독자들이 특정 설교자의 가르침에 묶인 이데올로기적 신앙에서 벗어나 평범한 사람들에게 주신 하나님의 말씀을 자연스럽게 읽고 깨닫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기쁨을 생각해 볼 때, 그의 바람은 독자들에게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마치 내가 지금 성경의 사건이 일어난 현장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네게브 지역 브엘세바에서 아브라함이 여호와의 이름을 부를 때 왜 에셀나무를 심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싯딤 나무는 광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광야의 등대같은 나무입니다. 하지만 에셀 나무는 싯딤 나무보다 더 많은 물이 필요해서 오아시스 지역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은 영원하신 여호와의 이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서 네게브 지역에 흔하지 않은 에셀 나무를 심은 것이지요. 저자는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이삭이 후에 브엘세바에서 다시 우물을 팝니다. 브엘세바의 우물 앞에 서면 이삭의 애잔한 인생이 그려집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을 향한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자기 아들을 제물로 바치려 했었죠. 하나님의 간섭으로 중단되지만, 당사자인 이삭의 입장에서는 하나님과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을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성경의 기록에 따르면, 아브라함 혼자 모리아 산에서 내려와 브엘세바에 거주합니다(22:19). 이삭 이야기가 사라진 것이죠.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도 이 사건을 알았는지 브엘세바가 아니라 기럇아르바에서 살다 죽습니다(32:2). 이삭도 브엘라해로이에서 살았습니다(24:62). 아브라함이 죽은 후 이삭은 아버지의 흔적이 가득한 브엘세바로 돌아오고, 하나님은 그에게 나타나 자신을 아브라함의 하나님이라 계시하시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제 이삭에게 복을 주어 자손을 번성하게 하시리라 약속하십니다(26:24). 그동안 아들 이삭은 무엇을 두려워했을까요? 저자 권종렬 목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온 세상이 칭찬하는 믿음 좋은 아버지, 그런데 아들은 그런 아버지처럼 믿음 좋은 사람 되는 것이 한없이 두려웠는지도 모른다”(p. 77). 그렇습니다. 이삭은 매정하게 아들을 번제로 드리려고 했던 믿음의 아버지가 두려웠고, 아들을 번제로 바치라고 명령한 하나님이 두려웠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살다 보면 믿음의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버거울 때가 있는 법이고, 하나님을 믿고 사는 것이 두려울 때도 있는 법입니다.

새로운 상상력으로 성경을 읽었습니다. 성경 텍스트의 역사와 문화적 맥락과 동떨어진 자유로운 상상력이 아니라, 텍스트가 일어난 당시 상황과 인간들의 생각을 실감 나게 상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성경 텍스트가 더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성경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행복한 독서 여행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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