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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라비아 역사 - 중동의 3천년 역사를 이해한다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시토미 유조 지음, 정애영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4년 8월
평점 :
아라비아 고대사를 전공한 역사학자를 통해 3천 년의 중동 역사를 알고 싶습니다. 이 책은 아라비아의 역사를 하나도 모르는 독자에게 매우 친절합니다.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알려주죠. ‘아랍인’이란 민족이나 종족의 개념이라기보다 ‘낙타 유목민’을 지칭하는 말이었는데, 그리스어 문헌에서는 시리아 사막 남쪽 반도에 걸친 주민 모두를 지칭하는 총칭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단봉낙타의 가축화는 아라비아반도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라고 알려줍니다. 기원전 천년 말기의 나바테아 왕국의 시작과 멸망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나바테아 왕국은 급격히 악화한 재정 상황과 남으로부터 베두인의 압력으로 수도 페트라를 떠나 결국은 로마제국에 병합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바테아의 낙타병은 로마군의 보조군대로 재편되어 사막 국경지대의 경비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자힐리야 시대에 관해서도 많이 배웠습니다. 이슬람의 전통적 시대구분에 따라 이슬람이 생기기 전 시대를 ‘자힐라야’(무지, 무명) 시대라고 부르는데, 저자는 이 시대가 결코 ‘무지’하지도 ‘무명’하지도 않다고 지적합니다. 이 시기에 아라비아의 일신교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유대교와 기독교가 어떻게 유입됐는지 알아가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특히 에데사에 기독교가 전파되고 기독교에 대한 박해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이슬람의 발흥은 종교나 문화면에서 아라비아에 엄청난 혁명이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유대교와 기독교의 전파로 아라비아에는 ‘일신교화’가 진행되었지만, 아랍을 위한 일신교로서의 이슬람 탄생은 역사적으로 가장 큰 획을 그었음이 분명합니다. 이후 아라비아의 정치역사에서는 개혁운동이든 반체제운동이든 모두 이슬람의 옷을 입고 시행됩니다. 하지만 저자는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이슬람화로 인해 유목민인 베두인의 생활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이슬람화 후에도 교역 활동의 성쇠는 여전히 주변 정치 상황과 교역 루트에 의해 변했으니까요. 이슬람화가 아라비아 주민의 생활과 사회 체제에 본질적인 변화를 일으켰다기 보다 오히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전의 발견이 아라비아반도, 특히 동부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현재 석유산출량이 적은 예멘을 제외하고 아랍 국가들은 역사상 유례없는 번영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번영이 몇백 년 지속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자는 앞으로 아라비아반도에 도시의 폐허가 펼쳐질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유가 상승 등과 같은 경제적 이슈나 전쟁 발발 등이 있을 때만 겨우 뉴스에서 아라비아반도의 국가들을 접합니다. 요즘 여행 프로그램에서 자주 이 지역의 문화 역사를 접하기도 하지만 너무나 제한적이고 단편적입니다. 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알고 싶다면 이 책이 제격입니다. 아라비아에 관한 역사적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재미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