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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을 걱정하지 않는다 ㅣ 책고래숲 9
강태운 지음 / 책고래 / 2024년 6월
평점 :
강태운 작가는 화삼독(畵三讀)을 실천했습니다. 아마도 신영복 선생의 서삼독(書三讀)을 그림 읽기에 차용한 듯합니다. 그림을 읽고, 작가와 그 시대를 읽고, 나를 읽는다! 책이든 그림이든 결국은 나를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가 그림과 대화하며 풀어낸 이야기가 무척이나 담백하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의 <full of flowers, 2018>을 보며, 작가는 “자기 영혼의 떨림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라는 문구를 떠올립니다. 작품 속에 있는 여인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양옆으로 벌어진 눈, 턱선 없이 빚어진 목, 머리와 몸을 수놓은 꽃들, 상상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현실에는 없는! 강태운은 용기를 내어 말합니다. 행복 없이 행복해지자고.
폴 고갱의 <천사와 씨름하는 야곱(Jacob wrestling with the Angel), 1888>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이 작품은 고갱이 사실주의와 인상주의를 벗어나 진정한 상징주의에 도달한 첫 작품이랍니다. 자연을 재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화가 자신의 감정과 상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상징주의! 화삼독(畵三讀)하기에 가장 걸맞는 작품일 것입니다. 사기꾼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축복받는 삶을 살고 싶었던 야곱의 이야기는 고갱의 실존적 고민을 잘 드러냅니다. 이 그림의 배경색은 붉은색이군요. 매우 강렬합니다. 나는 지금 무엇과 씨름하고 있는지요? 혹시 잠들어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봅니다.
다비드 자맹의 <사랑(Amour), 2020>에 대한 소개와 해석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자맹은 내적 감정의 힘을 추구했다죠. 감각적인 색채와 강렬한 붓 터치! ‘내면 자화상’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새로운 스타일입니다. 강태운은 산다는 것은 안과 밖에서 색을 입히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마음에 드는 색은 즐겁게, 마음에 들지 않는 색은 힘겹게 입히겠죠. 그중에 나를 살게 하는 색은 무엇일까요? 사랑의 색이 다양하게 듬뿍 칠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을 걱정하지 않게” 말입니다!
여유를 가지고 감상했습니다. 그림뿐 아니라 그림과 대화하는 작가의 이야기에 푹 빠져 즐겁게 읽었습니다. 세 번씩 읽지는 않았지만, 때론 책 속의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성에 차지 않으면 컴퓨터 화면에 크게 띄어 놓고 보기도 했습니다. 작품 한편 한편이 저에게 말을 걸어오네요. ‘너는 사랑을 걱정하지 않는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