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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타벅스에서 그리스신화를 마신다 - 세이렌은 어떻게 당신의 취향을 저격해 왔는가
이경덕 지음 / 어바웃어북 / 2024년 8월
평점 :
성서와 그리스신화를 알지 못하면 서양의 철학과 사상을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신화연구자 이경덕은 그리스신화가 오늘날까지 어떻게 살아 움직이고 있는지 맛깔스럽게 이야기합니다. 그는 머리말에서 신화 이야기의 힘을 인상 깊게 표현했습니다. 나이 들어 기억력이 떨어지면 가장 먼저 잊는 것은 ‘명사’이고,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은 ‘동사’라고 합니다. 그런데 신화는 수천 년 동안 우리 삶에서 변주해 오고 있으니,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신화는 후손에게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살아야 할지 알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신화에 담겨 있는 많은 상징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일상에 스며 있습니다. 이 책은 신화적 상징을 통해 우리네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을 열어줍니다.
이 책은 네 챕터(chapter)로 되어 있습니다. ‘Chapter1 신화, 세상의 아이콘이 되다’에서는 영화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소설 <모비딕>, 스타벅스의 로고, 베르사체의 로고, WHO(세계보건기구)의 로고, 등이 어떤 그리스신화 이야기에서 나왔는지를 알려줍니다. ‘Chapter2 사랑하고, 욕망하고, 신화가 되라’에서는 동성애를 다룬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낙태 문제를 다른 영화 <콜 제인(Keep Callm and Call Jane)>, 독일의 역사를 사랑에 은유한 영화 <파닉스(Phoenix)>, 기네스 맥주, 하늘의 별자리,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줄스 다신 감독의 영화 <페드라> 등이 어떤 신화와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Chapter3 신화, 문명의 출발점이 되다’에서는 로마 문명, 크레타 문명, 지중해 지역의 지명들, 스파르타, 시칠리아, 등과 관련된 재미있는 신화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Chapter4 신화에게 삶을 묻다’는 나에게 가장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헤라클레스의 선택> 이야기는 단순히 행복을 추구하는 것과 가치 있는 일을 추구하는 것 중 무엇이 지혜로운 삶의 길인지 알려줍니다. 이카로스와 파에톤 이야기를 통해서는 타인의 시선과 인정을 갈망하지 말고 자기답게 살아갈 용기를 가지는 것이 중요함을 배웁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신화 이야기를 쉽게 따라갈 수 있게 하는 저자의 명쾌한 설명과 관련 명화들, 그리고 복잡한 그리스신화의 족보와 이야기들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다양한 도표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방대하고 복잡한 그리스신화를 오늘의 문화와 엮어 이렇게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다니, 저자의 실력에 감탄이 나옵니다. 이번 독서로 무더운 여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스신화를 제대로 즐기고 싶은 분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실망하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