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비행 (초판본 리커버 고급 벨벳 양장본) 코너스톤 초판본 리커버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보희 옮김, 변광배 해설 / 코너스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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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와 함께 생텍쥐페리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야간 비행>!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는데, 벨벳으로 만들어진 고급스러운 초판본 리커버 양장본을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열어봅니다. 이 소설은 저녁 시간부터 하룻밤 만에 읽어내기에 제격입니다. 책의 분량뿐 아니라 내용이 하루 동안에 발생한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조종사 파비앵이 비행을 하는 동안 땅 위에서는 국장 리비에르가 모든 것을 통솔 지휘합니다. 리비에르 아래서 일하는 감독관 로비노, 그 외의 여러 조종사, 정비사, 전화 교환수 등등. 이들의 생각과 담담한 대화와 행동을 머리에 그리면서 읽다 보면 마음속에 묵직한 감동이 몰려옵니다.

리비에르는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직원들에게 엄격하게 함으로써 그들에게 강력한 기쁨을 줄 수가 있는 것이라는 자부심이 있죠. 그는 고통과 기쁨이 공존하는 삶이 의미 있는 삶이라 여깁니다. 폭풍은 피했지만 연료 부족으로 파비앵의 귀환이 점점 불가능해지자 리비에르는 말합니다. “사람의 목숨은 값을 매길 수 없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인간의 목숨보다 더 가치를 지닌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 않은가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란 말인가?”(p. 102). 파비앵과의 교신도 끊어지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갑니다. 사무실은 고요해지고 동이 트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리비에르는 감독관 로비노에게 엔진 회전수를 최대 1,900으로 제한하는 서류를 작성하게 합니다. 파비앵의 실종과 관계없이 야간 비행은 계속될 것입니다.

코너스톤에서 펴낸 <야간 비행>에는 변광배 교수의 작품 해설이 실려있어, 작품 이해에 큰 도움을 줍니다. 변 교수는 1차 세계대전과 경제 대공황의 여파로 초현실주의와 다다이즘이 성행했던 시대에 허무주의 성향을 청산하고 문학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 행동주의 작가들을 소개합니다. 그중 앙드레 말로와 생텍쥐페리가 유명하죠. 생텍쥐페리는 자신의 비행 경험을 바탕으로 <야간 비행>에서 영웅주의적 태도를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야간 비행>은 강한 동료애, 불굴의 의지, 침착, 인내, 의무, 사명, 행복 등. 굵직한 주제들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우리네 인생살이도 야간 비행을 하거나 야간 비행을 감독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의 목숨이 가장 소중하지만, 때로는 생명을 희생하면서도 개척해야 할 인생길도 있는 법입니다. 사명과 생명, 의무와 행복, 이런 가치들의 관계는 한마디로 정리할 수 없는 신비가 아닐까요? 앞길에 무엇인가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되면, 어느 한날 밤 이 고급스러운 양장본을 다시 펼쳐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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